트럼프, 웜비어 부친에 위로전화…父 '눈물의 기자회견'(종합)
웜비어 가족, 트럼프 정부에 감사…오바마 정부 '전략적 인내'에 불만
아들 재킷 입고나온 父 "北, 변명의 여지 없다…안도감과 분노 동시 느껴"
(뉴욕·서울=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고향인 오하이오 주에 도착한 다음 날인 14일 밤 10시께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의 상태를 물어보고 여전히 의식이 없다는 말에 '슬픔(sorrow)'을 표시했다고 부친이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웜비어의 송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설명하고, 부친도 건강을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정말 훌륭한 통화였다"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오토를 찾아내려고 했다. 자애롭고 친절한 일"이라고 감격해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은 그들(트럼프 행정부)의 노력과 관심에 대해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부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오바마 정부'가 웜비어 가족들에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로키'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하며 "그렇게 했으나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레드는 "우리 부부는 전임 오바마 정부에 대해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며 '오바마 정부가 충분히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이번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가족은 전략적 인내를 끝낼 시간이 됐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북한에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던 재판 당시 입었던 밝은 색상의 재킷을 입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장소도 아들이 지난 2013년 졸업식에서 개회사를 했던 오하이오 주 와이오밍 고교로 잡았다.
당시 교사 2명과 동석한 프레드는 "이곳은 오토가 삶에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곳"이라며 아내 신디는 송환 이후 계속 아들을 간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을 "투사"라고 부르며 깨어날 것을 기대하면서도,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아들을 안아주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상황을 묘사할 때는 눈물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프레드는 아들이 '오랜 기간 북한에서 가혹한 처우를 받은 데' 분노한다면서 아들이 북한에서 '전범'으로 억류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내 아들을 다룬 방식에 대해서는 문명 국가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분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아들의 상태를 1년 넘게 비밀로 유지하고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감금되고 대우받았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그들은 야수처럼 악랄하고 폭력적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북한이 갑자기 아들을 석방한 데 대해서도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절한 행동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 억류 중인 나머지 3명도 풀어주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 여행사를 통해 '결코 억류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짓 약속으로 미국인 여행객을 유혹하는 데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또한, 프레드는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온 데 대한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안도감과 동시에 아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야만스러운 대우를 받았다는 데 대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인구 8천400여명의 소도시인 와이오밍은 거리의 모든 나무와 전신주에 파란색과 하얀색 리본을 매달고 웜비어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한편, WSJ은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북한에 장기간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그를 억류한 주체가 북한의 공안당국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보다 강경한 기관이 웜비어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이 웜비어의 장기간 혼수상태 사실을 인지하고 송환을 추진한 시점이 올해 초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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