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공포 느껴봤나"…김동연, 기재부 직원들에 새 자세 당부(종합)
전날 밤 손수 취임사 다시 써…'경제 핵심은 일자리' 다시 천명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 있습니까?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 있습니까?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 있습니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재부 직원들에게 역대 부총리 취임사에서 새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그는 이와 함께 새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 일자리에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부총리로 내정된 직후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실현 계획과 과제를 밝혔다.
이번 취임사는 전날 저녁 인도 재무장관과 회의를 하고서 김 부총리가 밤늦게까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책상 위 정책 만들지 말자"…기재부 직원에게 당부
김 부총리는 취임사 상당 부분을 기재부 직원에게 하는 당부 발언으로 채웠다.
기재부 직원을 향한 당부 발언이 있었으나 짧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인 이전 사례와는 대조적이었다.
김 부총리는 경제 패러다임을 새롭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며 "시장과의 관계에서 끊을 것은 끊고 도울 것은 돕고 요구할 것은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 유착, 부적절한 관행은 끊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곳은 적극적으로 돕되,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보다 시장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재부 직원들에게도 새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 있습니까?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 있습니까?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직원들에게 물었다.
그간 경제 정책이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는 "저부터 반성한다"며 이제 책상 위 정책 대신 현장에서 작동하는 정책,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실·국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후보자 신분으로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실·국별로 받던 이전과 달리 주제별 토론 방식으로 관련 실·국이 참여하는 형태로 업무를 파악했다.
기재부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실·국의 시각으로만 사안을 보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부총리는 이번에도 "경제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이 감동하는 경제 정책을 만들기 위해 현장과 다른 부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그러면서도 주말 있는 삶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할 땐 하고 쓸데없는 보고서를 줄이는 방식으로 일의 집중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취임사는 김 부총리가 전날 저녁 인도 재무장관회의 후 직접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실무진이 취임사를 작성하면 부총리가 일부분만 수정하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을 김 부총리가 다시 써 취임사가 거의 새로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임사에서 앞으로 경제운영 방향을 직접 담고 표현 하나하나 신경썼다"며 취임사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 "경제 패러다임 바꿀 것"…효율·경쟁에서 공정·협력으로
김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크게 성장 잠재력 약화, 소득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가계 부채 등 5가지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취임사 초반에 "새 정부 경제팀은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늘려 가계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그에 따라 경제 전반의 소비가 늘어 기업 수익 증대, 투자 활성화, 채용 확대 등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찾아 경제 역동성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간 대기업, 수출기업 위주로 경제 정책이 만들어졌다면 이젠 중소·중견기업, 가계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변경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김 부총리는 경제 선순환 고리는 ▲ 사람 중심 투자 ▲ 공정 경제 ▲ 혁신 성장 3가지 축이 바탕이 될 때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사람 중심 투자는 공교육 혁신, 평생 교육 체계 확립으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책 투명성을 높여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할 때 가능하다고 김 부총리는 설명했다.
공정 경제는 노력과 헌신,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보상체계를 바로 세워야 가능하다고 김 부총리는 설명했다.
그는 "효율과 경쟁을 넘어 공정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며 "공정한 시장의 룰이 제대로 작동해야 우리 경제·사회 생태계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내용도 중요하다며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는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각종 장벽을 허물고 지식이 축적되고 공유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도 안심시켰다.
새 정부 정책으로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하는 것도 시급하다"면서 "기업들은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 공정한 시장 경제의 룰 위에서 하는 기업 활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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