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파수 팔아 연 1조 수입…이용자 지원엔 겨우 1.8% 써(종합)
올해 방송·통신기금 중 이용자 직접 지원 예산 260억원 불과
준조세 성격…주파수 대금→통신비 반영→결국 소비자 '부담'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공공재인 주파수 사용권을 이동통신사에 주는 대가로 정부가 받는 주파수 경매 대금이 연 1조원에 달하지만 정작 일반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천문학적인 수치의 주파수 경매 대금이 통신 요금에 반영되면서 오히려 국민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받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지난 3년 동안 3조430억원에 달한다. 2014년 7천410억원, 2015년 1조1천755억원, 2016년 1조1천265억원이다.
이통사는 주파수를 낙찰받은 해에 총 경매 대금의 25%를 내고, 나머지 금액은 주파수 할당 대가 명목으로 5∼10년에 걸쳐 나눠낸다.
2011년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경매 대금은 총 5조6천410억원에 달한다.
통신업계와 시민단체는 주파수 할당 대가를 준조세로 보고 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대가로 정부가 걷어가는 세금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일반 국민인 통신 소비자를 위해 사용되는 금액은 턱없이 적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전파사용료와 함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재원이 된다.
올해 두 기금의 지출 예산 1조3천797억원 가운데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직접 지원 사업에 배당된 금액은 1.8%인 260억원에 불과하다. 직접 지원 사업에는 소외계층 통신접근권 보장, 농어촌광대역망 구축, 사이버폭력예방 지원 등이 포함된다.
차세대 통신망 구축과 스마트교통서비스 지원 등 인프라 조성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체 예산의 15.1%인 2천85억원에 그친다.
두 기금의 지출 계획 대부분은 연구 지원(7천319억원, 53.0%), 방송 콘텐츠 육성(1천368억원, 10.0%) 등에 집중됐다.
정부가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며 밝힌 정책 목표 중 하나가 소비자 편익 최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도입 취지와 어긋나는 예산 집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두 기금의 재원은 상당 부분 통신이용자로부터 충족되고 있는데 재원과 실제 수혜자가 다르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통신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과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금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주파수 경매 부담은 외면한 채 기업에 통신비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파수 낙찰 가격이 높아져 요금 인하 여력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높은 낙찰가를 제시해야만 원하는 주파수를 얻을 수 있는 현재 경매제도 아래서는 통신비 인하에 한계가 있다"며 "준조세를 줄이지 않고 통신비 인하를 강행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꾸로 통신사들이 주파수 경매 대가를 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신비에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주파수 경매 대가가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이지 않다"며 "통신사들이 경매대가 부담을 주장하기 전에 통신 원가를 공개해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파수 경매로 사업자가 얻는 효용과 부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통신비 공약의 하나로 주파수 낙찰 업체를 선정할 때 통신비 인하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주파수 경매 신청 때 이용 계획서에 통신비 인하 성과와 계획 등을 포함해 평가 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통신비 인하의 유인책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주파수 확보 경쟁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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