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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7주년] "핵가진 北과 대화해 단계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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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7주년] "핵가진 北과 대화해 단계적으로 풀어야"

당시 특별수행원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 인터뷰

"北, 南상황 이해하고 국제적 제약 인정하면서 돌파구 만들 생각해야"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백나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는 17년 전의 첫 남북정상회담을 '초현실적'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이번 정부에서 3차 정상회담의 개최는 당위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하고 정상회담에 나서야 한다"면서 아직은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이 무르익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 2000년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해 대표단과 함께 평양을 다녀왔다. 17년이 지난 지금 소회는.

▲당시 있었던 모든 일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6월 14일 밤 공동선언이 나올지 여부 때문에 많이 긴장했다. 11시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과 김령성 북한 책임참사가 와서 공동선언이 채택됐다고 알리고 나서야 웃을 수 있었다. 차갑지도 않은 룡성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며 축하했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2000년 정상회담은 1994년 북미 기본합의가 있어서 가능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북한의 핵 개발이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막혀 있다. 출로를 마련할 수 있을까.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대화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생존과 사활이 걸린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강화됐으니 교류를 끊고 압박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파국적 종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인정한 상태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동결부터 단계적으로 나가기 위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남북 쌍방이 결국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논의하고 그다음에 핵 문제로 들어가야 한다.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가 안 된 상태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겠나.

--북한은 민족공조를 이야기하며 국제공조의 포기를 요구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기본적으로 6.15 공동선언의 1항은 민족공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국제적 제약이 있고, 이것을 풀지 않으면 민족공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북한도 북미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노력을 해줘야 하는데 맞짱을 뜨려고만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북한도 우리가 처한 객관적인 입장을 무시하고 민족공조 지상주의로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도 남쪽의 상황을 이해하고 국제적 제약도 인정하면서 남북한이 협의해 돌파구를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당위론적 주장만으로 현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2000년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고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 지원을 해줘서 가능했다.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운전석에 앉는다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재와 압박을 하는 운전석이고 다른 하나는 대화와 협상을 하는 운전석이다. 지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하는 운전석에 앉았고 그 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유엔과 미국, 중국에 외주를 줘버렸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으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을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대화와 협상을 하는 쪽으로 북한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미가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 남북 간에는 대화뿐 아니라 연락 채널도 다 끊긴 상황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 대북채널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비정부 행위자들의 물밑접촉이 있고 두 번째로 정부 당국자의 막후접촉이 있다. 끝으로 당국자 간의 공식접촉이다. 지난 정부에서 3가지 다 끊어져 어려운 점이 있다.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고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소통라인을 복원해야 하고 시간이 없는 만큼 당국자 막후접촉부터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간 경제협력사업도 모두 중단된 상태이다. 복원을 위해서는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할까.

▲2007년 10·4 정상선언 이후에 열린 총리회담에서 45개 항의 합의를 했다. 그중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이 분명 있다. 그런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야 하는데 이것을 미국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모두 정권 중반을 넘어서 정상회담을 하다 보니 조급해진 경향이 있다. 이번 정부에서 정상회담을 빨리한다면 긴 호흡으로 합의를 이행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우선 국제적 제약 속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한미군사훈련 문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다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까지 담은 큰 그림을 제시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은 의미가 다르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국민 정서가 강하고, 미국과 일본도 북한에 적대적일 뿐 아니라 중국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조기에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것을 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행사용으로 치러지는 일회성 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막후접촉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총론 격인 6·15공동선언과 각론 격인 10·4정상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한다면 일단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까.

▲될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 하도록 해야 한다. 정상회담은 '될까?' 하는 개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당위적 사안이다.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 방법이기 때문이다.

jyh@yna.co.kr,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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