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웠던 中-싱가포르 일대일로로 관계 접점 모색
싱가포르 외무장관 방중…중국과 일대일로 협력 합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껄끄러웠던 중국과 싱가포르 관계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접점으로 회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일대일로를 둘러싼 상호 소통과 연계를 늘리는 한편 프로젝트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제3국에서 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세가지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싱가포르 측은 이중에서도 충칭(重慶)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사업을 중시했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 연선(沿線) 국가에 대한 인력 개발 및 훈련과 기술 양도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봤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중국과 싱가포르 양국 관계가 "질서있고 강력하게 잘 작동하고 있어 더 심층적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불참하고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7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중국이 급이 낮은 대표단을 파견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싱가포르가 중국의 대척점에 서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며 삐걱거렸다. 특히 지난해 11월 홍콩 세관이 군사 훈련 참가를 위해 대만으로 향하던 싱가포르 장갑차를 압류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쉬리핑(許利平)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발라크리쉬난의 방중은 안보 현안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미국과 일정 수준의 안보협력을 갖는데 동의하지만 이런 협력이 중국의 안보이해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본다"며 "중국은 싱가포르가 남중국해 분쟁에서 보다 중립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보정책을 조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관계회복의 접점을 일대일로에서 찾았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회담을 끝낸 뒤 "일대일로는 싱가포르에도 거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싱가포르가 참여할 일이 매우 많다"며 "싱가포르의 일대일로 지지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는 일대일로 계획을 위한 금융지원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에서의 인프라건설 프로젝트에서도 협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자유무역 촉진과 역내경제 통합에 큰 중요성을 갖는다며 타결을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RCEP의 라이벌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주요 참가국 중 하나였다. TPP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향방이 불투명한 상태다.
왕 부장은 발라크리쉬난 장관에게 "중국은 지역 현안에서 싱가포르의 독특한 영향력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싱가포르가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사이를 조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일대일로 공동건설은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국이 이미 확인한 구체적인 전방위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날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담을 가진 뒤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방중 성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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