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BCG 백신으로 완치 가능"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1형(소아) 당뇨병은 결핵 예방에 쓰이는 BCG 백신으로 완치가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 밝혀졌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2형(성인) 당뇨병과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극히 적게 생산되거나 아예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면역생물학연구소장 데니스 파우스트만 박사 연구팀이 2년 전부터 5년간 예정으로 1형 당뇨병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의 중간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BCG 백신은 1형 당뇨병을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우스트만 박사는 밝혔다.
BCG 백신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비정상 백혈구 생성을 차단하는 한편 면역체계가 자체 조직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조절 T세포(Treg: regulatory T cells)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절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에 적군인지 우군인지를 구분해 공격할 대상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평화유지군'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면역세포다.
BCG 백신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 T세포 유전자의 발현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우스트만 박사는 밝혔다.
중간결과의 더 자세한 내용은 금년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임상시험은 BCG 백신이 체내의 종양괴사인자(TNF: tumor necrosis factor)를 증가시켜 자체의 세포나 조직을 외부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잘못된 자가 면역세포를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면역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이 백신은 1상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형 당뇨병 환자(평균병력 15년) 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BCG 백신과 가짜 백신을 투여한 결과 진짜 백신이 투여된 3명 중 2명이 자가 면역세포가 감소하면서 인슐린 생산되는 증거가 나타났다.
2상 임상시험 참가자는 그 일부에게 첫해엔 2번, 그다음 해부터는 매년 한 번씩 BCG 백신이 투여되고 있다.
만약 BCG 백신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1형 당뇨병만이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셀리악병, 건선,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CG 백신은 지난 90년 동안 결핵 예방에 사용됐기 때문에 그 안정성은 이미 입증되고도 남았다.
2상 임상시험 중간결과는 샌디에이고에서 개막된 미국 당뇨병 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77차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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