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도하의 기적' 제2탄 쏠까
고비마다 행운 안긴 '약속의 땅'
(라스알카이마<아랍에미리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한국 축구사에 있어 카타르 도하는 '약속의 땅'이었다.
중요한 고비 때마다 도하는 한국 축구에 좋은 추억을 안겼다.
1988년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황선홍, 김주성의 연속 득점으로 조별리그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이 대회 결승까지 올랐다.
또 2002년 10월에는 20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정조국의 결승골을 앞세워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장소는 역시 도하였다.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은 1993년 '도하의 기적'이라 불리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북한 등 6개 나라가 카타르 도하에서 최종예선을 벌였다. 상위 2개국에 미국 월드컵 티켓이 주어졌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이란을 3-0으로 물리쳐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연달아 비겼고 4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1승 2무 1패(승점 5)가 된 한국은 북한과 최종전을 남기고 있었다.
일본은 2승 1무 1패(승점 7), 사우디아라비아가 1승 3무(승점 6)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승점 1점이 더 많았다.
한국은 북한과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북한을 이기더라도 일본이 이라크를 꺾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물리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 위기였다.
마지막 최종전 3경기는 같은 시간 열렸다.
한국이 먼저 경기를 끝냈다. 북한에 3-0으로 승리했다.
같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4-3으로 제압했다. 일본 역시 이라크를 2-1로 앞서고 있어 한국의 본선 진출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한국 대표팀은 북한에 이겼지만, 본선 진출에 체념하며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이라크가 동점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날아들어 왔다.
이라크의 자파르가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헤딩슛을 터뜨려 2-2로 비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2승 2무 1패가 됐고 골 득실에서 앞선 한국이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기적'이었다.
24년이 지난 현재 한국 축구는 또다시 도하에서 고비를 맞았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4승 1무 2패(승점 13)로 이란(승점 17)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는 불과 승점 1점차이다.
특히, 이번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치며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원정 경기에서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4승 모두 1골차로 간신히 따냈다. 이에 경기력 저하 우려가 나오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3경기를 남겨 둔 시점에서 본선 직행 티켓(2위 이내)을 거머쥐려면 카타르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어야 한다.
오는 14일(한국시간) 24년전의 기적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 도하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상대한다.
1993년 '도하의 기적' 도우미는 이라크였다. 한국은 이번 카타르전에 앞서 지난 8일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 축구가 '약속의 땅'에서 '도하의 기적' 제2탄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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