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전의 효시…40년만에 불 꺼지는 고리 1호기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대한민국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에 붙은 불이 40년 만에 꺼진다.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역사를 같이 해온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후에도 해체까지 약 5년이 걸릴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자정을 기준으로 고리 1호기는 멈춘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건설된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이후 1978년 4월 29일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총 공사비는 3억 달러로, 1970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로 인해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우리 정부는 영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우여곡절 속에 준공예정일을 훌쩍 넘겨 지어진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가파른 경제성장에 따른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고리 1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2007년 고리 1호기의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됐지만,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되면서 모두 40년 동안 전력을 생산해냈다.
연장 수명 만료를 한두 해 앞두고 일각에서는 수명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안전성 등을 두루 검토한 결과, 원자력안전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고, 고리 1호기의 불도 조만간 사그라들게 됐다.
영구정지를 한다고 해서 당장 고리 1호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오는 18일 자정 고리 1호기의 가동을 멈추고 핵연료를 냉각한 뒤 안전성 검사를 거쳐 5년 뒤인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구정지부터 해체까지의 작업은 모두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영구정지 직후 원자로 안에 들어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로 전량 옮겨져 보관된다.
이 사이에 해체종합설계, 방사능 오염 현황 조사 등 해체 전 특성평가, 주민공청회와 해체 승인 신청이 이뤄진다.
2022년 해체가 승인되면 비(非) 방사성 구역 철거가 먼저 진행된다.
이어 방사성 계통과 건물, 기타 설비가 철거된다. 방사능 측정결과 검증과 평가도 함께 시행된다.
마지막으로 고리 1호기 부지 복원과 최종 부지 상태 조사, 해체 완료 보고가 끝나면 해체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부원장은 지난 8일 서울대 시진핑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퇴역기념 심포지엄에서 "고리 1호기를 해체 전까지 교육·견학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수원은 오는 19일에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의 원전 정책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에너지 정책 중 하나로 탈핵(脫核)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공약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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