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내각 곳곳 빈자리…新舊정부 '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18부 5처 17청 중 '6부 1처' 수장만 발표…일부는 野 비토 기류
靑도 차관급 4곳 공석…정상외교 목전 '외교라인' 정비 시급
NSC 등 중요회의에 前정부 장관들 상당수 참석…'바늘방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9일로 한 달을 넘겼지만, 내각 등의 인선 지연으로 막 출항한 문재인호(號)가 항만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 진용이 구축되지 못한 탓에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인선 속도와 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이런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국정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부 조직에서 인선을 단행한 자리는 내각 수장인 국무총리와 기획재정·외교·행정자치·국토교통·문화체육관광·해양수산부 등 6개 부처 장관이다.
'5처·17청' 중에서는 국가보훈처장만 임명된 상태다. 정부조직 개편을 전제로 하면 아직 12개 부처 장관과 4개 처장, 17개 청장이 오리무중인 셈이다.
장관 인사청문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는 차관 인선 역시 13개가 단행돼 5개 부처 차관 인사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과 통합 행보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문 대통령이지만 정부 조직이 완비되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국정운영의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일자리수석·경제수석·과학기술보좌관·안보실 2차장 등 4곳의 차관급 자리가 아직 공석이다. 각 수석 아래 일부 비서관들이 임명되거나 내정되긴 했지만, 안보실을 중심으로 비어있는 비서관급 자리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과의 동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새 정부 정책 철학이 전 정부와 상당한 차별점이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있는 전 정부 장관들도 바늘 방석이기는 마찬가지다.
8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풍경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10명 중 윤병세 외교·한민구 국방·홍용표 통일·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등 4명이 곧 떠날 전 정부 장관들이었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전 정부와 특히 간극이 크다는 점에서 서로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불편한 동거'가 단시일에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인사 5대 원칙'에서 비롯된 검증기준 강화로 인선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발표된 인사들 역시 국회 검증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동연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을 마쳤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가 난망한 상황이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구(舊)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비토하면서 낙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 없이 문 대통령이 임명해도 법적 하자는 없지만 이로 인해 협치의 근간이 흔들려 결국 새 정부가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농후하다.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비롯해 임기 초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마이웨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역시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의 중국·일본 등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선택지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는 외교정책을 전담할 청와대 안보실 2차장 공석과 맞물려 외교안보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 정부는 무엇보다 북핵문제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들이 인수위 없는 정권이란 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 만큼, 야당도 대승적으로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검증 주체인 청와대 역시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래저래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과 외교안보 상황 등과 맞물린 '인선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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