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탄생한 강속구투수 놀란 라이언의 '헤드록 꿀밤세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강속구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놀란 라이언(70)이 은퇴 직전 타자의 머리를 한쪽 팔로 감싸고 주먹으로 쉴 새 없이 꿀밤을 퍼붓던 이른바 '헤드록 꿀밤 세례' 사건은 역대 MLB 난투극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이 난투극이 건물의 벽화로 탄생했다.
9일(한국시간) 폭스 방송과 CBS 스포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동쪽 예술인 밀집 구역인 딥 엘럼에서 활동하는 아이삭 데이비스라는 벽화가는 한 술집 외벽에 라이언과 로빈 벤추라(50)가 벌인 난투극을 스프레이로 그렸다.
텍사스를 상징하는 고전적인 인물로 라이언을 택해 그에게 헌정한 작품인 셈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라이언은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 리퓨리어에서 태어났다.
1966년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라이언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거쳐 휴스턴 애스트로스·텍사스 레인저스 등 고향팀에서 13년을 뛰고 1993년 은퇴했다.
1993년 정규리그 시작 전 은퇴를 발표한 라이언은 그해 8월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벤추라와 유명한 난투극을 벌였다.
텍사스 소속 라이언이 벤투라의 오른쪽 팔을 맞히자 1루로 향하던 벤추라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마운드에 있던 라이언에게 덤벼들었다.
라이언은 벤추라가 다가오자 피하지 않고 왼쪽에 낀 글러브를 벗더니 왼쪽 팔로 벤추라의 목을 끌어안고 오른쪽 주먹으로 6번 연속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숨돌릴 틈 없이 꿀밤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 훗날 '꿀밤세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벤추라는 텍사스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가 라이언의 팔을 잡아챈 덕분에 겨우 헤드록에서 풀려났다.
은퇴를 앞둔 46세의 노장 라이언에게 한창 혈기 방장한 벤추라(당시 26세)가 속수무책으로 얻어터진 장면은 MLB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양팀 선수들이 모두 뛰어나와 대치하는 벤치 클리어링 사태가 벌어져 한동안 경기는 중단됐다.
빅리그 통산 324승 292패, 평균자책점 3.19와 통산 탈삼진 5천714개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라이언은 현재 MLB에서 가장 잘 나가는 휴스턴 구단의 구단주 특별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통산 타율 0.267, 홈런 294개, 타점 1천182개를 남기고 은퇴한 벤추라는 2012년부터 5시즌 동안 친정 화이트삭스의 감독을 지냈다.
놀란 라이언과 로빈 벤추라의 1993년 MLB 난투극 [https://youtu.be/VIZB9O24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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