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실루엣·시간의 조화'…앙드레 케르테츠 사진전
성곡미술관서 9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유명한 헝가리 출신 작가 앙드레 케르테츠(1894~1985)의 사진전이 서울 광화문 성곡미술관에서 9일부터 3개월간 개최된다.
이번 사진전은 70여 년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지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아우른다.
헝가리 시기에서는 1912년 카메라를 처음 장만한 케르테츠가 가족과 이웃들을 비롯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촬영했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는 현대미술의 본거지에 자리 잡았던 파리 시기(1925~1936)에 일상 소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했다.
1936년부터 여생을 마칠 때까지 머물렀던 뉴욕에서는 전시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서가 투영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전시된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뚜렷한 명암 대비와 리듬감이 느껴지는 기하학적 구도, 따뜻한 정서 등이다.
'수영하는 사람'(1917)은 하이 앵글의 카메라 시점과 대각선 구도 등 당시로써는 참신한 시도가 담긴 작품이다.
수영하는 남성의 몸이 물과 빛의 반사작용으로 왜곡된 형태를 띠는 것은 훗날 '왜곡' 시리즈의 등장을 시사하기도 한다.
접시 가장자리에 살짝 걸쳐진 포크를 확대 촬영한 '포크'(1928)는 또렷한 농담이 인상적이다.
성곡미술관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정물 사진과 달리 클로즈업을 통해서 당시로써는 매우 과감한 구도를 만들었다"면서 "사진 속 그림자도 단순한 그림자라기보다는 조형 요소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케르테츠의 작품이 특별난 것은 "적절한 빛이 적절한 실루엣을 적절한 순간에 비추는" 것을 잡아내는 능력 덕분이다.
미술관에서 상영 중인 생전 영상에서 작가는 코트 곳곳에 넣어둔 렌즈와 필터를 꺼내 수시로 셔터를 눌러대면서 "나는 무엇인가 (극적인 장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 보기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문의는 ☎ 02-737-8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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