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을 이끈 것은 고령화·저성장 사회
신간 '도시의 재구성'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최근 몇 년간 언론 등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등장했다. 예술인이나 상인들이 동네에 들어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임대료가 뛰고 그러면서 원래 살던 주민들이나 상인·예술가들이 동네에서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로 부정적인 쪽으로 언급된다. 원주민이나 상인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정든 터전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는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기자 출신으로 도시 문제에 천착해 온 음성원 씨는 신간 '도시의 재구성'(이데아 펴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놓고 '세입자의 눈물' 같은 감성적 호소만 가득한 현실을 지적한다. 감정적 접근에서 벗어나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을 제대로 살펴야 오늘날 도시 문제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배경을 고령화 저성장 사회로의 진입으로 본다. 부동산 투자 대상은 이제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넘어가고 있다. 저성장의 흐름에서 한쪽은 아직 값이 저렴한 단독주택을 매입해 상가를 만든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기업에서 내몰린 뒤 자영업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이 상가에서 자영업을 시작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인 상수동과 연남동 지역 건물들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하고 건물주들을 취재해 부동산 투자가 상가로 바꿀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젠트리피케이션의 출발이 예술가나 상인의 유입이 아니라 그 전에 상가로 바꿀 수 있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쏠림 현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쏠림이 있다는 것은 '뜨는 동네'라는 의미고 그곳에 상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접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상가임대차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부동산 쏠림은 누가 주도하는 것일까. 저자는 상수동과 연남동, 서촌 등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의 92개 건물 등기부 등본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세 지역 모두 건물주의 평균 연령이 2015년 기준 57세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인 '58년 개띠'들이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 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저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차고 넘치는 만큼 주요 상권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계속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저평가된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폭발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계속해서 쉽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친다.
책은 이 밖에도 꼼꼼한 자료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도시재생, 코리빙(co-living. 함께 살기), 테크놀로지라는 열쇳말로 도시의 미래를 살핀다.
저자는 "도시에서 우리는 쏠리고(젠트리피케이션), 모인다(코리빙). 과거(재생건축)와 미래(테크놀로지)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다. 그것이 우리의 도시가 흘러가는 방향이고 이 수요와 트렌드를 제대로 껴안아야만 도시의 재구성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고 말한다. 228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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