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소회 "취임 후 가장 먼저 아들 이름부터 지웠다"
U-20 축구대표팀 위해 선발 명단에서 장남 신재원부터 제외
"대회 끝났으니, 마음의 빚 갚기 위해 가족에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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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7일 낮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 인근에서 만난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말끔한 차림이었다.
이발한 듯 머리카락은 잘 정돈돼 있었고, 훈련 때 모습처럼 수염이 너저분하지도 않았다.
말쑥한 셔츠와 재킷에선 며칠 전까지 풍겼던 땀 냄새를 찾을 수 없었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서 옷차림에 어울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허브 티를 주문하는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신 감독은 "요새 잠이 잘 안 와서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이유를 묻지도 않았는데도 신태용 감독은 "포르투갈전… 많이 아쉽다. 정말 아쉽다"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대표팀은 4개국 초청대회와 평가전에서 세계의 강호를 연달아 격파하며 기대에 부응했고, U-20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하며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에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나 16강에서 만난 포르투갈에 그동안 쓰지 않던 4-4-2전술을 펼쳤다가 양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1-3으로 완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지고 난 뒤 선수들이나 나나 다 울었다. 얼마나 분한지 호텔 방에 들어가 방송 3사가 중계한 내용을 밤새워서 봤다. 분하고 또 분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패인을 묻는 말에 전술 이야기부터 꺼냈다. 주변의 비판이 약간 억울한 듯 보였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의 8강 상대인 우루과이도 4-4-2전술을 쓰더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4-4-2 전술은 최적의 작전이었다"라며 "포르투갈의 가장 큰 패인은 심리적인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선수들은 학점 미달 참가제한 조치로 아예 U리그를 뛰지 못했고, 프로 선수들도 대부분 K리그에서 벤치만 지켰다. 이런 선수들이 지면 끝인 토너먼트 경기에서 갑자기 제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난 우리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서 60%의 기량도 펼치지 못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축구의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나 대학 무대에서 실전 경기를 많이 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라고 말했다.
각급 대표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일본의 그것으로 넘어갔다. 일본은 이미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새 감독 선임 과정에 들어갔다.
지금의 U-20 대표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 주축 세대가 되는데, 한국 축구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도 도쿄올림픽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신 감독은 "현재 직함이 없다. 프로든 대표팀이든 모든 문이 열려있다"라며 "누가 도쿄올림픽 체제 감독이 되든, 선수들과 공존하면서 팀을 꾸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본인의 말처럼 U-20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권위의식을 버리고 선수들과 소통했다.
특히 개성 넘치는 행동을 많이 했던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의 기를 세워줬다.
신 감독은 "이승우의 머리 염색을 두고 많은 이들이 손가락질하는데, 바꿔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나잇대는 누구나 그랬다. 본인들이 10대 때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다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승우, 백승호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한 선수들"이라며 "이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치 아버지 같다'라는 말에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큰아들과 친구들이니…"라며 웃었다.
신태용 감독의 장남인 신재원(고려대)은 2015년 칠레에서 열린 U-17 월드컵 대표로 출전한 엘리트 축구선수다. 이승우와 함께 대표팀에서 뛰었고, 조영욱과는 고려대 동기다.
신 감독은 "U-20 대표팀을 맡자마자 대표팀 후보 명단에 아들의 이름부터 지웠다. 재원이가 아버지 때문에 큰 희생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 신재원을 뽑을 경우, 주변의 오해를 사는 것은 물론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신 감독이 이를 악물고 아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U-20 대표팀 식사 자리에 친구들을 보러 재원이가 온 적이 있었다. 다 같이 밥을 먹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 아들에게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시간이 많이 있으니 아들의 축구 경기도 보러 가고 직접 공도 차면서 가족에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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