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운동장' 학교 41%, 다시 화학물질 소재로 정비
흙 운동장 설치 49% 그쳐…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 자료 분석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중금속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 및 운동장이 설치된 전국 초·중·고교의 약 40%가 또다시 화학물질 소재 운동장 설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17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해성 기준을 초과한 1천722개 학교 중 714곳(41.4%)이 다시 화학물질 운동장 설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7일 밝혔다.
마사토를 비롯한 흙 운동장으로 바꾸는 학교는 842곳(48.8%)이었고, 나머지 166곳(9.6%)은 의견 수렴 중이거나 시·도교육청의 후속 조치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학물질 운동장 설치를 추진하는 학교는 기존 설비를 걷어낸 뒤 다시 우레탄 트랙이나 카펫 트랙, 인조잔디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흙 운동장 전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남(98%)이었고, 광주(96%), 인천(87%), 강원(63%)이 뒤를 이었다.
화학물질 운동장 재설치 비율은 세종시가 100%로 가장 높았고, 울산 82%, 대구 72%, 전남·제주 55% 순으로 나타났다.
평등교육 학부모회는 "흙 운동장 전환에 적극적인 지역은 교육감이 진보 성향인 교육청이 많았고, 보수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화학물질 운동장 재설치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세종교육청의 경우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지만 유해 기준을 초과한 모든 학교가 화학물질 운동장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 관계자는 "새로 설치하는 우레탄 운동장이 KS(한국산업규격)나 친환경, 녹색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하지만 화학제품인 점은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조사에서도 우레탄 트랙 KS가 제정된 2011년 4월 이후 설치된 학교의 44%가 유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트랙이나 인조잔디는 수명이 반영구적인 흙 운동장에 비해 내구연한(7∼8년)이 훨씬 짧고 설치 비용도 2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3∼6월 우레탄 트랙 및 운동장이 설치된 전국 2천763개 초·중·고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64%인 1천767곳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각 시·도교육청은 예산 확보 어려움을 들어 동시 전면 교체가 아니라 순차적 교체를 추진 중이다.
평등교육 학부모회는 "교육당국은 학생 건강을 담보로 한 모험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의 학교운동장 개조 정책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만큼 행정기관과 업계 유착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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