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발 외교분쟁탓 암초만난 中-중동 자유무역협정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중국과 중동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에 '빨간 불'이 켜졌다.
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2004년부터 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짜인 걸프협력회의(GCC)와 FTA 체결 협상을 시작해, 최근 협상 타결을 목표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으나 카타르 외교분쟁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한 탓에 난관이 조성됐다.
GCC에는 카타르 이외에, 근래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카타르를 둘러싼 분쟁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중국과 중동 간 FTA는 무산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상하이(上海)국제문제연구원의 리웨이젠(李偉建) 연구원은 우선 GCC 전체 조직을 누가 대표하는지 모르는 상태라면서 GCC 회원국 간에 발생한 분쟁으로 중국이 중동 지역과 협상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연구원은 카타르와 중동 지역의 다른 국가들 간 외교 관계와 교통망 단절이 중동 지역에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는 중국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무역로를 개척하려는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2014년 카타르에 토목건축과 도로, 다리, 항구, 통신시설 등 80억 달러(약 9조 원)의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철건(中國鐵建·CRCC)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이번 분쟁으로 카타르 월드컵이 예정대로 열릴지 의문시되고 있다.
작년 카타르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는 전년보다 77.5% 급증했으며, 카타르 국부펀드가 2014년 홍콩 라이프스타일 인터내셔널 홀딩스(利福國際集團) 지분 20%를 47억8천만 홍콩달러(6천889억4천만 원)에 인수하는 등 카타르의 중국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중국은 연초 사우디와 에너지, 금융 부문 등 투자 협력을 위해 65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를 둘러싼 중동 지역 분쟁이 중국의 주요 협력국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쟁국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세심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윈난(雲南)대의 샤오센(肖憲) 중동학 교수는 "중국이 입장을 표명할 때 주의하고 한쪽 편을 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모두와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두 국가 간 정치적 분쟁에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 연구원은 중국이 중동 지역에 서양식 민주주의를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서방국가의 강경한 접근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중동 국가들이 이념적 투쟁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에 집중하도록 접근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4개국은 카타르가 수년간 테러조직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면서 5일 전격적으로 단교한다고 선언했으며 몰디브, 예멘 망명정부, 리비아 임시정부도 이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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