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출산계획 있다면 '자궁근종' 검사부터
출산연령 높아지면서 자궁근종 5년 새 18% 증가
출혈·통증·골반압박 증상 땐 치료받아야
(서울=연합뉴스) 최영식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 #. 첫 아이를 계획 중이라는 결혼 2년 차 주부 이모(33.서울 성북구)씨가 병원을 찾았다. 평소 6일 정도이던 생리 기간이 갑자기 10일 안팎까지 길어지고, 생리양도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게 주 증상이었다. 또 월경통을 억제하는 진통제가 소용이 없었고, 생리 때가 아닌데도 생리가 나왔다고 호소했다.
이씨에게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 결과 자궁에 4개의 근종이 있는 자궁근종으로 최종 진단됐다. 근종의 크기도 제각각으로 제일 큰 것은 지름이 3.5㎝나 됐다. 3개는 자궁근육층 안에 있었고 1개는 자궁강(자궁 속 빈 공간)에 자라난 점막하근종이었다. 자궁근육층 안에 있는 근종은 지켜봐도 되지만, 점막하근종은 불임이나 습관성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자궁내시경수술로 잘라내자고 권했다. 하루 입원 수술 후 이씨의 증상은 개선됐다. 현재는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첫 아이도 임신해 몇 개월 후 출산을 앞두고 있다.
요즘 이씨와 같은 사례의 자궁근종 환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 여성 질환인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자궁 근육층을 구성하는 자궁근육세포가 비정상으로 증식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보면 국내 자궁근종 환자는 2012년 28만5천120명, 2013년 29만3천440명, 2014년 29만5천352명, 2015년 30만4천504명, 2016년 33만7천732명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5년 만에 18%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 환자 수는 40대가 15만5천496명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으며 50대가 9만3천649명으로 뒤를 이었다. 주 출산 연령층인 20대와 30대도 각각 9천359명과 6만863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20%에 달했다.
자궁근종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임신한 적이 없는 여성이나 초경이 이른 여성, 30세 이후 늦은 첫 임신, 비만, 당뇨, 고혈압, 자궁근종의 가족력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졌다. 여기에 환경호르몬이나 알코올, 카페인 섭취와 같은 식이 요인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0∼40%에서는 근종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월경 과다, 비정상 자궁출혈이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철결핍성 빈혈의 원인이 된다. 또 크기나 위치에 따라 골반통증이나 월경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근종이 큰 경우에는 골반압박감이나 팽만감을 유발한다. 대장이나 방광, 요로를 압박하면 변비, 빈뇨, 급박뇨, 신장기능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 대부분은 근종은 크기에 변화가 없거나 작아지지만, 간혹 커지거나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조산, 둔위(태아 엉덩이나 다리가 머리보다 아래쪽에 위치하는 것), 저체중아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며 심각한 경우 유산에 이를 수 있어 산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근종이 있더라도 임신의 예후는 좋은 편이다. 이전의 임신에서 근종과 관련된 임신 합병증이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임신 중 자궁근종과 관련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근종절제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자궁근종의 발견 당시 크기는 각양각색이지만 근종의 위치에 따라 크게 자궁 밖으로 돌출되는 장막하근종, 자궁 근육층 속에 생기는 근육내근종, 자궁 안으로 돌출하는 형태인 점막하근종 3가지로 나눈다.
자궁근종의 치료는 이 같은 근종의 크기 및 위치, 증상의 유무, 여성의 나이, 향후 임신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개인에 적합하고 개별화된 계획을 수립해 진행된다. 자궁근종의 크기가 크지 않거나 무증상인 경우에는 근종의 크기 및 증상의 변화를 추적 관찰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자궁근종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불임이나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씨처럼 자궁근종이 자궁강 내에 있는 경우나 근종이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근종의 크기가 작거나 자궁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추적관찰만으로 충분하며 임신에도 무리가 없다.
또 증상이 심하거나 근종이 갑자기 커지는 경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씨처럼 증상이 있어 산부인과를 찾아 근종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임신을 하고 나서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미혼이나 향후 임신계획이 있는 여성이 자궁근종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면 정기적인 관찰과 더불어 약물요법을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다.
수술치료가 필요할 때는 자궁근종만 절제하면 된다. 비정상자궁출혈, 골반통, 월경통, 골반압박증상이 심하거나 근종이 갑자기 커지는 경우에 향후 출산계획이 없어 자궁 보존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궁절제술을 시행한다. 물론 자궁을 보존하는 자궁동맥색전술, 하이푸(고강도초음파치료), 근종융해술과 같은 중재적 치료방법들도 있다.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 중 아주 일부(0.3%∼0.1%)에서 암의 일종인 자궁육종이 진단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증상 근종이 자궁육종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걱정해 미리 자궁절제술을 할 필요는 없다.
예방을 위해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미혼이나 출산계획이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자궁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만약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면 개인에 맞춤화된 자궁근종의 관리 및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 최영식 교수는 199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Wake Forest Institute for Regenerative Medicine)에서 2년간 연수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불임 및 생식내분비 분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보조생식학회, 대한가임력보존학회, 대한자궁내막증학회 학술위원 및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위원, 건강보험 전문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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