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포수' 박상언 "공·수·주 다 되는 포수되고 싶어"
2일 SK전 9회말 볼넷 얻으며 역전승 발판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 포수 박상언(20)은 '특이한 포수'다.
대체로 포수는 덩치가 크고, 발이 느리다. 하지만 박상언은 1m85㎝의 큰 키에도 몸무게가 79㎏에 그친다. 매우 마른 몸이다.
이런 다른 점을 박상언은 '특별함'으로 만들고자 한다.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만난 박상언은 "나보다 마른 포수를 나도 본 적이 없다"고 웃으며 "아직 공격과 수비 모두 부족하다. 하지만 주력은 다른 야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약점을 보완해서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모두 갖춘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군 엔트리에 든 포수 중 최연소다.
'경험'은 포수의 중요한 덕목이다. 젊은 선수가 1군에 올라서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한화는 미래를 그리며 박상언에게 1군에서 뛸 기회를 줬다.
2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에서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9회초 수비 때 포수 마스크를 쓴 박상언은 4-4로 맞선 9회말 2사 2,3루에서 SK 우완 강속구 투수 서진용에게 볼넷을 얻었다. 후속타자 양성우가 끝내기 우전 안타를 치면서 한화는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상언은 아쉬움도 살짝 드러냈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파울을 쳤던 상황이 특히 아쉬웠다. 그는 "내가 대타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임수민 코치님께서 '네가 친다'고 하셨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는 떨렸는데 타석에 들어선 이후에는 상황을 즐겼다"며 "상대 투수가 포크볼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직구만 노렸고, 볼 카운트 3-1에서 스윙을 했다. 공이 앞으로 가서 끝내기 안타를 치길 바랐는데…"라며 웃었다.
하지만 볼넷을 고른 것만으로도 칭찬이 쏟아졌다. 박상언은 2일, 팀에서 자체 선정한 수훈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투수를 리드할 때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박상언은 "9회초 이재원 선배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범타 처리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상언은 한화의 미래다. 그의 목표는 '미래를 앞당기는 것'이다.
그는 "우리 팀 차일목, 조인성, 허도환 선배님과 양의지(두산 베어스) 선배님을 닮고 싶다. 우리 팀 포수 선배님들께서 볼 때마다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박상언이 언급한 포수들은 발이 느리다. 경험 부족으로 아직은 선배들의 등을 보고 달려야 하지만, 약관의 포수 박상언은 선배들이 가지지 못한 '주력'을 갖췄다.
그리고 꿈이 많다. 박상언은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공을 받아보고 싶다. 1군에 오래 살아남아서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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