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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전문가들 "총량규제 아닌 분야별 미시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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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전문가들 "총량규제 아닌 분야별 미시대책 필요"

"부채 질 개선 가이드라인 방향은 유효…내수경기 등 종합적 관점에서 봐야"

"취약계층 부채부터 부실화…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의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월 중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의 대출 조이기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근거로 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총량규제와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단순히 총량으로만 보고 규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계부채를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은행권과 비은행권, 중산층과 취약계층 등으로 분류해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 정부에서 해왔던 가계부채 질 개선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만큼 지금의 방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책을 금융의 시각으로만 보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이나 내수경기, 가계소득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 "부동산대책-가계부채 대책 구분해야"

-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가계부채를 총량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0%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신축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향후 5년 이내에 그런 수준을 유지한다는 식이다.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에 따라 간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방향성이 제시돼야 시장도 정부가 어떤 식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그것에 맞춰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거치식을 분할식으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유인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이것도 역시 정부가 강요하기보다는 금융기관이 맞추도록 하는 것이 맞다.

DSR는 상환역량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맞는 방향이지만 DSR가 문제의 끝은 아니다. 상환역량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총량관리와 연결된다. 상환역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어느 수준이 적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LTV와 DTI나 DSR와는 목표가 다르다. LTV를 옥죈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잡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면 LTV를 강화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부동산은 중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서 LTV를 조절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 뜨거워졌다고 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나빠졌다고 해서 완화하는 식은 아니다.

가계부채는 채무 취약계층과 소비위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민층에 금융을 지원해 이들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민금융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채무 취약계층 문제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들은 복지 차원에서 재정 수단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줘 봐야 효과가 없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과감하게 소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경제활동에 다시 참가하게 된다면 국가적으로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채무 취약계층과 상담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일자리 창출 문제와도 연결해 풀어야 한다.



◇ "가계부채 조이면 신용할당 문제…취약계층 지원책 필요"

-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 센터장



가계부채 대책은 단순히 가계부채라고 모두 묶기보다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은행과 비은행, 중산층과 취약계층 중 어디를 줄일지를 구분해야 한다. 또 단순히 금융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일단 정부가 주택시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나서 그것에 맞게 디자인돼야 한다. LTV와 DTI도 같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보니 가계부채가 불안하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럼 금융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은 대출을 풀어줄까 조일까 중 하나인데 2금융권 대출을 조이면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늘리면 가계대출 늘린다고 우려한다. 결국은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이 잘살 수 있도록 내수경기나 복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이들을 위해 정책자금 대출을 늘려서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정책자금 대출로 2금융권 대출을 모두 대체할 순 없다. 금융은 복지가 아니며 핵심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위원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전반적인 경제 방향을 설정하면서 금융은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다 보니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많다. 그러나 대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단기 대출을 장기대출로 바꾸고 일시상환을 원리금분할상환으로 바꿔놓은 정책은 가계부채 질을 크게 개선했으며 유효했다. 또 여신심사강화나 소득 증빙 강화도 잘한 정책이다. 같은 방향에서 DSR를 도입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 DSR는 결국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소득 수준에 비례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니 부실 우려도 줄어든다.

우려되는 점은 단순히 가계부채를 조인다고 하면 신용할당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빌려줄 수 있는 돈이 한정되면 소득이 높고 담보 가치가 높은 사람에게만 돈이 돌아가고 취약계층 대출은 막히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을 조이더라고 이들을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 "가계부채 총량규제 안돼…미시적으로 뜯어봐야"

-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계부채를 총량 규제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계부채 총액이 얼마이고, 이번 달에 얼마 늘었다는 식의 총량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내놓는 것도 반대한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특정 수준에 맞추려는 시도도 제대로 초점이 맞춰진 대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북유럽은 그 비율이 200%가 넘는 곳도 있다. 그런 나라는 왜 가계부채 리스크가 이슈가 되지 않을까.

그런 나라에서는 가계소득을 단순히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소득인가 아닌가, 당장 소득이 없지만 앞으로 취업해서 돈을 벌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나이 들어 소득이 줄더라도 연금 등으로 소득을 보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등이 고려된다. 그래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소득의 안정성, 예측 가능성, 공적 보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총량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시적으로 뜯어봐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이 은행권인지 비은행권인지, 고소득 계층인지 저소득 계층인지, 주택 관련 투기수요인지 적자 상태인 취약가구의 생계자금인지를 미시적으로 분석해 문제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진단을 내놓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이야기하지만, 주택가격 급락 리스크, 금융기관 부실화, 자영업자의 위기 등 이야기가 중구난방이다. 정확히 현황을 분석할 수 있게 가계부채 통계부터 확충돼야 한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지난 몇 년간 변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 리스크는 줄어들고 있는데, 돈을 빌려 간 가계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가계 리스크 중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할 리스크는 줄어드는 반면에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리스크 변화에 따라 거기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가계부채는 가계의 대출 수요와 금융기관의 대출공급이 만나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같이 대출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출 수요를 봐야 한다. 왜 돈을 빌리고 있는지를 미시적으로 봐야 한다. 투기 우려가 크다고 하면 투기 차익을 못 가져가도록 과세를 강화하거나 전매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모든 영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LTV, DTI를 손보는 것은 역시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대책이다.

또 LTV와 DTI는 다른 수단이다. LTV는 담보자산가치에 기반을 둔 규제여서 자산이 많은 이들의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고, DTI는 소득에 기반을 둔 규제여서 저소득층, 한계 상황에 있는 이들이 돈을 빌리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지금 집중해야 할 문제가 투기수요냐, 한계계층의 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이냐에 따라 LTV, DTI를 풀어주거나 강화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총론적으로 가계부채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좀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모든 국민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가계부채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소득을 늘려줬을 때 돈을 안 빌리고 어려움이 해소되는 계층을 선별해서 한정된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가계부채 해법이 될 수 있다.



◇ "LTV 유지하되 DTI는 강화해야"

- 김지섭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가계부채를 총량제로 규제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가계부채 규모를 지금보다 줄이거나 더 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집을 안 사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가능하다. 그러면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어 경제 전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처럼 부채의 질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가계부채 관리를 했지만 계속해서 부채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다. 규모가 문제라면 부동산 정책을 통해 수요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고, 가계부채 대책은 지금처럼 건전성 관리 방안으로 가야 한다. 과거와 비교해 장기 분할상환 대출이 많아지면서 가계 질 개선은 많이 됐다.

LTV·DTI의 경우에는 LTV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 70%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부동산이 급락할 우려도 적어 LTV는 지금 수준을 유지해도 된다고 본다. 그러나 DTI 60%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채무 조정을 하면서 목표로 삼은 것이 DTI 30% 초반이었다. DTI는 강화하는 것이 맞다. DSR는 빚으로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나타내는 정확한 숫자이니 이를 도입해 관리하는 것도 맞는 방향으로 본다.

이 때문에 지금은 가계부채에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제2금융권 대출이나 자영업자·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의 부채를 관리하려면 단순히 대출 강화만으로는 안 된다. 소득을 높여주고 정책자금 대출을 늘려서 좀 더 유리한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부채 탕감도 효과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는 모럴해저드가 생길 수 있고 불필요한 사람을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수도 있으니 해외 등 과거 사례를 보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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