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중도좌파 새 정부 구성…총선 6개월 만에
자에브 총리 "EU·나토 가입 추진…최저임금 인상·부패 척결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에 위치한 마케도니아가 총선 6개월 만에 정부 구성에 성공, 정국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마케도니아 의회는 지난 31일 신임 투표를 거쳐 조란 자에브 사회민주당(SDSM) 대표가 구성한 내각을 승인했다.
SDSM은 지난 12월 치러진 총선에서 49석을 획득, 51석을 얻은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 국내혁명기구(VMRO)에 이어 2위를 했으나, 알바니아계 정당 2곳과 연정을 꾸림으로써 정부 구성권을 획득했다.
알바니아계 정당들은 과거 VMRO의 연정 파트너였으나, 이번에는 알바니아어의 제2공용어 지정 등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 증진을 약속한 SDSM 편에 섰다.
마케도니아는 이로써 2006년부터 집권을 이어온 VMRO의 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중도좌파 성향의 SDSM이 주도하는 연립 정부로 정권 교체를 이뤘다.
마케도니아 남동부 스트루미차 시장을 지낸 사업가 출신의 자에브 총리 내정자는 신임 투표가 통과된 직후 선서를 함으로써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재추진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천명했다. 마케도니아는 2005년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했으나, 국명을 놓고 외교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웃 나라 그리스의 반대로 EU와 나토 가입을 위한 노력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아울러 현행 각각 9천 데나르와 2만2천500 데나르 수준인 최저 임금과 평균 임금을 각각 1만2천 데나르(약 24만원)와 3만 데나르(약 61만원)로 인상해 국민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전체 인구 200만 명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 주민들로 구성된 마케도니아는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간 도청했다는 의혹 속에 2015년 2월 사퇴한 이후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을 겪었다.
이후 EU의 중재로 작년 12월 조기 총선을 치렀으나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탓에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다가 지난 3월 SDSM이 알바니아계 정당과 연정을 구성, 가까스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인 조르게 이바노프 대통령은 자에브 대표가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 증진을 약속함으로써 마케도니아의 주권과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정부 구성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정국 혼란이 이어져 왔다.
자에브 총리는 이런 와중에 의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 지지자들에게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결국 EU와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굴복, 지난 달 중순 자에브 총리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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