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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드 보고 '고의 누락'…"지나친 비밀주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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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드 보고 '고의 누락'…"지나친 비밀주의 탓"

靑 "사드 발사대 개수 보고서 삭제"…한민구 "실무진이 한 일"

중요 현안 군통수권자 보고 누락 변명 어려워…비밀주의 벗어나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방부가 새 정부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반입 사실을 누락한 이유가 무엇이든, 군 통수권자에 대한 보고에서 중요한 사실을 빠뜨린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브리핑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국방부가 지난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내 반입된 사드 발사대의 구체적인 개수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6일 사드 발사대 2기가 한국에 도착한 데 이어 4기가 추가로 들어와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보고서에서 빠지고 '사드 장비가 한국에 전개됐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서술됐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정의용 실장이 지난 28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오찬을 하며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을 거론하자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새 정부에 은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드 장비는 지난 3월 초 발사대 2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옮겨졌고 지난 4월 26일 사드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적으로 반입됐다.

그러나 발사대 4기는 성주골프장에 들어가지 않고 국내 미군기지에서 대기 중이다.

이 사실은 사드 장비의 성주골프장 반입 직후 국내 언론에 '추정된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다만, 국방부는 군사 보안을 이유로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들은 청와대가 국내 반입된 사드 발사대 개수를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사전문가인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국방부 업무보고 직후 국방부 관계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비로소 인지했다는 청와대 측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매우 중요 현안인 사드 배치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국정 사안일수록 보고는 '문서'로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발사대 개수를 보고서에서 빠뜨린 것은 실무진으로, 자신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며 "실무자들은 표현 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으로 본다)"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개수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군 당국이 보인 고질적인 비밀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군 당국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국방 현안에 관해서도 군사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관한 정보가 일본을 비롯한 외국 언론에서 먼저 보도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군 당국은 미군과 관련한 사안은 '금기'로 여기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우리 군이 미군에 관한 정보를 함부로 발설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군 당국은 주한미군의 무기체계인 사드에 관해서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고 주한미군은 지난 3월 초 사드 발사대의 국내 반입과 4월 말 사드 장비의 성주골프장 반입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있었다.

사드 배치 문제의 경우 미군 측에서 우리 군에 특별히 보안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국가안보실에 대한 보고서에서 사드 장비에 관해 두루뭉술한 표현을 쓴 것도 고질적인 비밀주의 탓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방 현안을 꿰뚫고 있어야 할 군 통수권자에 대해 중요 현안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사드 배치 과정 전반에 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 만큼, 군 수뇌부의 대대적인 경질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 보안을 이유로 국방 현안에 관해 함구하는 군 당국의 습관도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인 만큼,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의 진상 조사 대상이 된 국방부는 이번 파문에 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민구 장관도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현재 이 일이 기본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일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가부와 이런 것을 말하는 게 전체적인 상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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