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검댕칠에 바나나…러시아식 카메룬 환영식 빈축
내년 월드컵 예행연습 때 벌써 고질적 인종차별 관행 노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내년 축구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러시아가 리허설에서 인종차별적 퍼포먼스를 뽐내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7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환영행진에서 얼굴과 팔을 새까맣게 칠하고 북을 치는 남성이 목격됐다.
다른 한 남성은 흑인들의 둥근 곱슬머리인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하고 북과 바나나를 지니고 뒤를 따랐다.
이들은 모두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을 차려입었다. 이런 풍경은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제공한 사진을 타고 지구촌에 전파됐다.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쏟아졌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개최국인 각 대륙 챔피언들을 초대하는 미니대회로 시설과 행사운영을 총점검하는 리허설의 의미를 지닌다.
카메룬은 다음 달 25일 소치에 있는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독일과 맞붙는다.
주민들로서는 나름대로 카메룬을 환영한다고 마련한 행사였으나 복장, 소품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빚어졌다.
가디언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인종차별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사실 러시아는 이미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선수를 겨냥한 각종 인종차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향해 원숭이 소리를 내거나 바나나를 내미는 등의 행동이 단적인 악습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카메룬을 환영하기 위한 행진에서 부적절한 사진이 노출된 사실을 두고 소치 시 당국은 뒤늦게 이날 성명을 냈다.
당국은 "세계 각국의 전통을 향한 러시아의 개방적 태도를 입증하려는 행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로 누굴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며 "그 반대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가장 선한 목표를 갖고 기획한 행사였다"고 항변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