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힙합공연 후원 역효과…뮤지션과 시각차가 원인
"공연이 우선" vs "예산 지원한 청년 기 살리기 행사"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권영진 대구시장과 시의원 등이 지난 27일 '대구힙합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가 '인사말 파동'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힙합 레이블 VMC 대표 딥플로우가 소셜 미디어에 주최 측 무례를 거론하며 앞으로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대구시장 인사말을 이유로) 50분 공연 세트 중 20분이 지났을 때 주최 측에서 곡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음향을 꺼버릴 수도 있다는 통보를 했다"며 "결국 곡을 줄이고 급하게 마무리하고 퇴장했다"고 밝혔다.
또 "공연 세트도 앨범처럼 유기적인 흐름을 짜놓고 구성하는데 그 밸런스가 무너져 버리면 공연 퀼리티에 금이 가고 책임은 아티스트가 져야 한다"며 "주최 측 실수 때문에 왜 매번 우리가 리스크를 가져가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래퍼 산이도 거들었다. 그는 "아무리 높은 분이 오셔도, 날 기다리고 있는 관객만 보인다"며 "누구 편을 들고 싶은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공연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SNS에서 글이 확산하자 권 시장 등은 졸지에 힙합 마니아들 공적으로 몰렸다.
이런 해프닝은 공연을 주최한 기획사, 뮤지션, 대구시 시각이 제각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뮤지션들은 공무원 등이 생뚱맞게 무대에 올라 '촌티 나는 짓'을 했다고 여기겠지만,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이 공연에는 대구시 예산 3억5천만원이 들어갔다. 두류야구장 대여로도 일부 감면했다.
단순히 관람료 2만1천원짜리 상업공연이 아니라 '청년 문화를 활성화하고 청년에게 힘을 불어넣는 행사'라는 차원에서 시가 후원했다.
문화체육관광국이 아니라 시민행복교육국 청년정책과가 업무를 담당한 점에서 '청년 기 살리기'라는 행사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내빈 인사말은 당연히 예정해 놓은 것이다.
마침 국채보상로에서 컬러풀페스티벌이 열려 일정에 맞춰 가야 하는 권 시장으로서는 쏟아진 비난에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러나 애당초 시가 상업공연에 거액을 지원한 것에 문제가 있다. 그것도 2년째다.
2015년 시에 사업을 제안한 공연기획사 '소셜런투유'는 지난해 첫 공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예산 배정 문제를 처음 심의할 당시 대구시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공연기획사 대표가 맡고 있었다.
일부 심의위원이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담당 공무원이 주도해 안건을 통과하도록 했다고 한다.
시는 기획사가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청년 소셜기업이라고 했지만, 기부 내역을 확인하거나 예산집행 내역을 꼼꼼히 따져 보지도 않는다.
이 회사는 관람료 수입에 시 예산 지원까지 '땅 짚고 헤엄치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지난해 적자를 봤다며 올해 관람료를 인상했다.
시가 올해와 같은 금액(3억5천만원)을 지원한 지난해 공연에는 1만6천789명(관람료 1만8천원)이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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