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교황에 '가톨릭 원주민 문화학살' 사과요청
원주민 아동 억류해 120년간 세뇌 교육한 기숙학교 죄값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캐나다 가톨릭 교회가 과거 원주민 아동을 강제 수용한 기숙학교를 운영한 데 대한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캐나다 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나 36분간 환담을 나눈 뒤 이런 요청을 전달했다. 그는 지난 27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이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과의 만남 후 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원주민과의 진정한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서 이런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황에게 알렸다"며 "또 교황이 사과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이 원주민에게 직접 사과할 수 있도록 그를 캐나다에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1883년 이래 120여년간 15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 아동들이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강제 수용돼 정신적, 육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
원주민 아동들은 가족과 격리돼 별도 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했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 언어 사용을 금지당하고, 원주민 문화와 풍속이 열등하다고 교육받았다.
이는 캐나다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과거로 진상규명, 피해보상에 대한 논란을 촉발했다.
캐나다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부의 공식 사과를 끌어냈다.
위원회는 기숙학교 제도가 원주민에 대한 '문화적 집단학살'과 다름없다며 치유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94개항을 권고했는데 그 안에 교황 사과가 포함됐다.
트뤼도 총리는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고 원주민과의 화해를 이루기 교황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임 스티븐 하퍼 총리는 2008년 정부를 대표해 원주민에 공식 사과를 했으나 2015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기숙학교에 대한 사과를 직접 요청하지 않아 야당 등의 비판을 샀다.
앞서 베네딕트 교황도 2009년 가톨릭 교회를 대표해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에 대한 말을 꺼내며 '슬픔'을 표명했으나 사과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교황 면담 후 바티칸이 공식 사과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이 자신의 전 생애를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상기했다"며 진실화해위가 권고한 사과를 위해 캐나다 총리, 주교단과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황청 측은 이날 만남이 "화기애애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사과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교황청은 "이번 대화는 종교적 자유와 현재의 윤리 논쟁은 물론 통합과 화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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