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발전 원인은 국민 의지·지도력·해외 원조"
양윤세 전 장관 증언록 '고도성장 시대를 열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62년부터 18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외자 유치에 힘썼던 양윤세(86) 전 동력자원부 장관의 증언록 '고도성장 시대를 열다'(해남 펴냄)가 출간됐다.
그는 1931년 황해도 곡산에서 태어나 17살에 홀로 월남해 미군 통역, 육군 통역장교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외교학을 공부했고, 귀국한 뒤에는 경제기획원 과장과 국장, 농림부 차관보, 주미 경제공사, 동력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다.
증언록은 주익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 형태로 구성됐다. 두 사람은 2015년 9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20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양 전 장관은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1970년대 경험까지 굴곡졌던 인생을 털어놨다.
양 전 장관은 1960년대 미국의 한국 경제 지원·전자부품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포항종합제철 성사, 1970년대 농업 개발과 기계화·관광업 진흥·제2차 석유파동 시 원유 확보 등에 관여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1960∼1970년대 한국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우리 힘으로 살겠다는 국민의 의지와 열망, 이에 부응한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세계 자유국가와 국제기구의 지원 등 세 가지 요소를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는 무(無)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이 있었다"며 "무슨 일이든 조금만 생각하고 손을 대기만 하면 곧 결과가 나타나는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 전 장관은 외국인 투자 업무를 할 때의 기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했고, 다음으로는 생산 제품을 쉽게 수출할 수 있는가와 우리 근로자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가를 살폈다"면서 "자본의 액수는 마지막 고려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9년 12월 동력자원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 주저했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남한에 혈연, 지연, 학연도 없는 이북 출신 따라지가 대한민국의 장관이 됐다는 것이 지금 젊은이들에게 남겨줄 만한 어떤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576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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