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 총리 후보자'에 결국 인준 협조로 선회
호남중진-초·재선 이견에 지도부가 협조로 결론
"5대 인사원칙 준수해야"…장관 청문회는 강공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이 29일 전격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 협조하기로 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이 후보자가 호남 출신인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텃밭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인준안 처리를 거부하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호남지역의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두 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인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상당수의 호남 중진의원들은 '선(先) 인준-후(後) 재발방지책 마련'을 내세워 협조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초·재선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입장표명을 강하게 요구하며 맞섰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결국 협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청와대의 오전 인사검증 기준 강화에 대한 입장 발표로 강경파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데다, 오후 들어 문 대통령이 인선 검증 기준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양해를 구한 데 대해 "유감 표명으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호남 중진의원들의 압박도 한 몫 했다.
호남 4선인 박지원 전 대표는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흠결이 나왔지만 특히 광주에서는 실제로 여러 가지 정서가 있음에도, 무엇보다도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빨리 벗어나야 되고 국가 대개혁을 위해서 인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호남 4선인 주승용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새로운 정부의 첫 번째 인사"라며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썼다.
결국, 호남이 최대 지역적 기반인 국민의당이 대선에서의 '호남 패배'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호남 총리 후보자를 반대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셈이다.
새 정부가 안착하기 전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국민적 비판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것은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비판할 부분에 대해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 초반에 협조할 수 있는 것은 대승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야 간 대치정국이 벌어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위장전입을 비롯한 5대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장관 등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유정 대변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주소지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논평을 내고 "위장전입 문제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했고, 증여세는 3년 동안 꿈에도 낼 생각 안하고 있다가 장관 지명 후 부랴부랴 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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