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北 탄도미사일 발사 비난…관련국들도 자제해야"(종합2보)
러 의회 지도자 "6자회담 재개해야"…극동지역, 방사능 수준 매시간 측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외무부는 29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면서 동시에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제1외무차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며 상황 전개를 우려한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관련국들에 자제를 호소한다. 여기엔 역내 (한·미의) 군사활동 강화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의 군사적 대응을 동시에 비판해온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반도) 위기에 대한 책임이 북한과 미국 및 그 동맹국들에 동일하게 있다"면서 양측의 대결은 "일종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일본, 한국은 북한을 정치·경제·군사적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 국가는 군사훈련에서 북한 수도 공격연습을 하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며, 무력적 방법으로 북한 체제를 교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상당히 도발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투명하지 않고 민주적이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국가인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사회의 비난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자신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대결 상황의 군사적 해결은 어느 편에도 있을 수 없으며, 출구는 오로지 상호 협박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있다"면서 이는 외교와 집단적 보장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북한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집단적이고 유엔 안보리에 의해 보증된 보장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론 안보리 결의 이행과 비확산체제로의 복귀, 주변국들과의 협력 재개 등에 관한 (북한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보장은 상호적이고 집단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해결책은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 재개밖에 없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회담에 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다른 국가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는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옹호해선 절대 안 되지만 미국 구축함의 한반도 인근 이동, 사드 시스템의 한국 배치, 북한 지도부 무력 교체 준비설 등이 평양의 미사일 발사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평화조약 체결로 미국도 득을 볼 것이며 세계는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과 접경한 러시아 극동 연해주 정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관내 방사능 수준을 매시간 측정하는 등 또다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연해주 기상 당국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전문가들이 매시간 방사능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면서 "오전 현재 연해주 지역의 방사능 수준은 11~12 마이크로 뢴트겐(μR)으로 통상적 수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연해주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경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의 방사능 측정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것으로 보인다.
연해주 당국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방사능을 측정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39분께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C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미사일은 약 450km를 비행한 뒤 동해 상에 떨어졌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