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어떤 혐의 적용될까…김영란법·횡령 거론
법조계 일각 "전형적 김영란법 위반" 견해도…감찰 → 수사 전환 '초읽기'
수사권 조정 논의 본격화 앞두고 검·경 동시 수사채비…'교통정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 '돈 봉투 만찬' 사건을 파헤치는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이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관계자 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최종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합동감찰반은 기초 사실관계 파악, 핵심 당사자·참고인 대면조사, 계좌·통화내역 분석 등을 마무리하고 막바지 보강 조사와 법리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반은 전날까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비롯해 20여명을 대면조사 했다. 감찰반은 현재로써는 추가로 감찰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수사나 감찰 과정에서 핵심 인물 소환은 관련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이 수사 종결 직후 내사 대상이던 안 전 국장 등을 만나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한 것이 적절한지, 이들이 최대 100만원까지 든 돈 봉투를 교환한 것이 횡령 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등에 초점을 맞춰 면밀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양측에게 김영란법 위반 및 형법상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최종 감찰 처분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던 이 전 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부터 받은 특별활동비를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 만찬 때 안 전 국장 휘하의 검찰 1·2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격려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는 특수한 수사 목적으로 영수증 처리 없이 쓸 수 있어 재량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 그러나 본인 지휘를 받는 수사진이 아닌 지휘·감독 구조상 상급기관인 법무부 간부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쓴 것은 정당한 목적의 지출로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구나 검찰 후배라고 할지라도 인사·예산권을 쥔 검찰국의 핵심 간부들에게 금품을 준 것은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례라는 비판도 들끓었다.
안 전 국장은 만찬 때 특수본 소속 간부들 6명에게 70만∼100만원씩 든 봉투를 건넸다.
감찰반은 수사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행정부 소속인 안 전 국장이 특수활동비를 쓸 수 있는 주체인지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직제상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인사, 조직 및 정원 관리, 예산 편성 및 재배정, 장관의 검찰에 대한 형사사건·공안사건 지휘·감독 보좌, 국제 사법 공조, 형사 관계법령 제·개정 등의 업무를 처리하며 검찰국장은 그 책임자다.
또 그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는 연결 고리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 돈을 건넨 행위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품이 오고 간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안 전 국장이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잘 처리해 준 대가로 돈을 준 것으로 간주해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감찰반은 대가성 입증 등 법리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뇌물죄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돈 봉투 만찬'의 경위, 돈이 오간 양태 등을 종합해봤을 때 적어도 김영란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또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검찰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검찰이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경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지검장이 감독 기관인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 봉투를 준 것은 전형적으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례로 판단된다"며 "반대로 검찰국장도 특수본의 내사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적용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외의 다른 간부들은 상급자인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따라 회식에 참석한 측면이 있고, 법무부 과장들은 다음 날 곧바로 돈 봉투를 반환했다는 점에서 처분 결과와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감찰이 종반 국면을 향해 가면서 이르면 이번 주에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수사 단계로 전환한다면 누가 수사를 맡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고발 사건을 근거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각각 사건을 배당받았지만, 감찰 결과를 관망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두 기관이 이번 사건의 수사 주체를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어서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도 주목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