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도 발길 뚝"…'야당생활 3주차' 한국당
문자폭탄 후폭풍…'우리 여당' 말했다가 정정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오늘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께서 청문회장에서 하신 말씀을 들으니 정말 여야가 바뀐 사실을 실감하겠습니다. 전(前) 정부에서 우리 민주당 의원님들께서 이렇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셨다면…"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장. 자유한국당 청문위원인 강효상 의원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엄호하자 꺼낸 발언이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야당생활 3주차'를 맞은 한국당 안팎에서는 정권교체를 실감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러저러한 '민원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 수가 급감한 것은 의원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변화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의원은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준 것"이라면서 "법안을 부탁하거나 각종 민원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발길을 끊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 부의장도 16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뒤바뀐 여야 처지를 언급하면서 "여당에는 민원이, 야당에는 주문이 많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한국당의 달라진 처지가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1호 인사'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별렀던 한국당은 청문회 내내 검증 자료 제출이 미진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야당이 되면서 방패에서 창으로 바꿔 잡고 공격의 위치에 서게 됐지만, 이들은 사석에서 "야당 하기 너무 어렵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특히 이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아들 병역면제 의혹 등을 제기하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낙선운동 하겠다'는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문자 폭탄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의원들의 하소연이다. 의원 사무실의 한 여직원은 전화 응대를 하다 성희롱에 가까운 욕설을 들었고, 새벽 1시에 의원 핸드폰으로 전화해 "진짜 받네"라고 한마디 하고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태옥 의원은 "하루에만 문자를 2천400개 받았다. 온건한 내용도 있지만, 정말 너무 심한 욕설이 참 많다"며 "그래서 핸드폰을 두 개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방어'에 전념하는 민주당 청문위원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는 의원도 있었다.
한 청문위원은 "과거만 해도 청문회에서 신랄하고 집요하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에는 정책만 묻고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고 정권교체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아직 야당으로 옷을 완전히 갈아입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일화들도 들려온다.
4선인 나경원 의원은 대선 이후 최근 대학 강연을 할 때마다 한국당을 '우리 여당'으로 칭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나 의원은 "아직은 말하다 보면 여당, 야당이 자꾸 헷갈린다"면서 "'우리 여당'이라고 말했다가 잘못 말했단 걸 바로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직자들은 아직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야당살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려하고 있다.
과거 야당 시절부터 경험한 당직자는 "사무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면서 "장외투쟁하는 일도 적지 않을 텐데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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