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처분주식 수 변동, 청탁과 무관한 법해석 문제"(종합)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이재용 재판서 증언…특검은 "요청 따른 것"
金, "내부 논의 통해 결정"…특검 때와 다른 취지 진술 "靑 요구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최송아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의 처분주식 수를 줄여준 의혹을 받는 전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법 해석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실무진이 적용을 잘못한 것 같아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과 무관하게 내부 논의를 통해 자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0월 14일 두 회사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합병 후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SDI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 합계 1천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내용은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됐고, 당시 김 부위원장과 정재찬 위원장에게 보고돼 결재가 났다.
이런 내용은 삼성 측에도 구두 통보가 됐으나, 청와대와 삼성 측 요구에 따라 공식 통보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보류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삼성 미래전략실 김종중 사장이 김 부위원장을 만나 "1천만주는 너무 많다. SDI 부분은 재검토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부위원장이 실무진에 처분주식 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그러나 김 전 부위원장은 재판에서 당시 김종중 사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무진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건 삼성 측 요청에 따른 게 아니라고 의혹에 선을 그었다. 누구에게 특혜를 줄 필요가 전혀 없고,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입장이었으며 공정위 내부의 협의·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다.
그는 "김종중을 만나고 나서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꼼꼼히 봤더니 의구심이 생겼다"며 "법 적용이 잘못된 거 아니냐고 하면서 (실무진에)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검이 "이미 위원장이 결정하고 삼성에 구두 통보도 됐는데 증인 임의로 재검토 지시가 가능하냐"고 묻자 "아직은 내부 결재 단계라서 법 해석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 결재가 난 거니까 제가 위원장께 가서 정식으로 상황을 말씀드렸다"며 "위원장도 '그럼 재검토해야 될 것 같다. 기왕 할 거 제대로 해서 올리자'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재검토 지시를 했음에도 실무진에선 삼성 측에 애초 기준대로 공식 통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김 전 부위원장이 실무진들에게 "너희가 위원장이냐"라며 질책했다는 게 특검 수사 내용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위원장 지시가 실무진에겐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주식을 매각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잘못된 해석 기준으로는 삼성에 통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삼성 SDI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물산 주식은 500만주로 결정됐다. 이는 청와대 의견과 삼성 측 요청대로 이뤄졌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조사에선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있던 최상목 비서관으로부터 종전 결과를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서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그런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라고 기존 진술과 다른 취지로 증언했다. 결국, 요구나 청탁은 없었고 내부 협의를 거쳐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취지다.
그는 또 특검에서 "최상목 비서관이 전화해서 '안종범 수석이 정 위원장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에 역정을 낸다. 형님이 위원장을 잘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서에 기재됐지만, 이날 재판에선 "정확한 문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특검팀이 "최상목 비서관이 500만주로 바꾸라고 압력을 넣어서 기존 결론을 바꾼 게 아니냐"고 묻자 "최 비서관이 압력을 넣을 사람도 아니고 제가 압력을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하면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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