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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친이란 기사 가짜" 해명에도 걸프국과 해묵은 갈등 재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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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친이란 기사 가짜" 해명에도 걸프국과 해묵은 갈등 재발(종합)

카타르 국영통신 "해킹당했다"…사우디·UAE 강경 대응

독자적 대외노선으로 사우디 등과 종종 마찰




(서울·테헤란=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왕정 국가 카타르와 이웃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아랍국가 간에 해묵은 갈등이 '가짜뉴스' 소동을 계기로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카타르 국영 뉴스통신사 QNA가 23일(현지시간) 밤 송고한 기사였다.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이 이날 군사학교 졸업식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연설했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또 셰이크 타밈이 미국의 국내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명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했다고도 전했다.

걸프 아랍국과 긴장 관계인 이란을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한 이 기사는 즉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전 사우디를 방문해 아랍국 지도자들 앞에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면서 고립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던 터였다.

QNA와 카타르 정부 대변인실은 긴급 성명을 내 24일 새벽 QNA가 해킹당해 '가짜뉴스'가 송고됐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성명이 발표된 지 2시간 뒤 QNA는 카타르 외무부가 사우디, UAE,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고 보도했다가 수시간 뒤 이 역시 해킹된 탓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사우디와 UAE의 국영 언론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기사를 이틀이 지난 25일까지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들 국가는 24일 QNA 뿐 아니라 카타르 정부가 소유한 알자지라 방송과 신문 등 카타르 언론 매체의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했다. 바레인과 이집트도 25일 이런 조치에 가세했다.

카타르 정부는 25일 진짜 뉴스가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음에도 "일부 매체와 TV 채널이 계속 가짜뉴스를 보도하는데 놀라울 뿐"이라면서 "무엇인가 조직된 미디어 공격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사우디 국영 일간지 아랍뉴스는 오히려 카타르 군주의 발언이 UAE와 사우디, 바레인에 비판적인 알자지라 등 카타르 매체의 논조와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우발적이라기보다 카타르와 다른 아랍권 국가 간의 구원(舊怨)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재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걸프 지역의 아랍권 국가이지만 카타르는 결이 다른 대외 정책으로 종종 불화를 빚어왔다.

카타르는 사우디, UAE와 이집트 등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권에 수백만 명의 지지세력을 가진 정치·문화 운동조직이다.

'아랍의 봄' 열풍을 타고 2011년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출한 주도 세력도 이들이었다.

걸프의 절대 군주정 국가는 무슬림형제단을 정권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는 리비아 내전에서도 UAE와 갈등이 있었고, 탈레반, 하마스 등 다른 아랍국이 기피하는 무장조직과도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UAE, 바레인은 2014년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데 반발해 카타르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가 겨우 반목을 봉합했다. 최근에는 미국도 카타르가 시리아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을 재정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들어 카타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카타르의 가짜뉴스 소동이 지난 21일 이슬람 아랍 55개국 지도자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정상회담에서 사우디가 아낌없이 보여준 환영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baraka@yna.co.kr,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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