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공세' 부메랑에 난감한 민주…이낙연 청문회 촉각
'협치' 분위기 냉각될까 우려…"여야 대화와 타협"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지난 9년간 야당으로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맹렬한 공격수 입장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무사통과시켜야 할 여당이 되자 '이중잣대' 문제로 내심 곤혹스러운 눈치다.
특히 야당이 이 후보자를 상대로 공세를 퍼부은 위장전입 및 병역 문제는 민주당이 도덕성 검증 잣대로 들이대던 '단골 메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인사검증 무대에 오른 이 후보자가 무난히 인준돼야만 향후 내각 구성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이번 청문회가 원내 지도부의 '협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25일 이 후보자 청문회 이틀째를 맞아 야당 측의 공세에 방어막을 치는 데 주력하면서 정책과 국정운영 구상 위주의 검증을 이어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송곳 검증' 기조로 파상 공세를 펼쳤다.
특히 전날에는 야당 측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와 위장전입, 부인 그림 판매 등 도덕적 의혹에 공세를 집중했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자 "충격적"이라며 "문재인 정부 인사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병역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던 점에서도 위장전입 사실이 있는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야당 시절 민주당은 청문 대상의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해 맹공을 폈다.
지난해 박근혜 정권에서 지명된 이철성 경찰청장이나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민주당 측은 위장전입 의혹을 들어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유기준 해양수산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됐다며 "위장전입 그랜드슬램이라는 진기록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다섯 가지 기준을 다 합쳐 후보를 고르기엔 현실적으로 정말 어렵다"며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을 펴는 등 '방어태세'로 180도 전환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등 인사청문 대상자들에게 다소의 흠결이 있더라도 전문성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로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청문회 공방이 오가면서 혹여 국회 분위기가 냉각될까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청문특위 위원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새 정부 최초 청문회이기에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야당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려 한다"면서 "의회 민주주의는 여야 간 대화와 타협, 양보와 상생의 자세로 임할 때 그 빛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약속했던 인사기준도 충분히 고려돼야 하지만, 이번에는 내각 통할을 위해 시급하게 총리가 지명됐다. 후보자도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밝히면서 사과했다. 앞으로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철저히 작동되도록 함과 동시에, 야당도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후보자가 계란값 질문에 답변을 잘못했다가 정정한 것을 두고 국민의당이 비판 논평을 내자 "말꼬투리를 잡는다"며 반격하기도 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은 이 후보자가 계란 한판 가격을 모른다고 민생에 관심이 없다는 논평을 냈지만,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역민과 소통하는 '현장형'으로 유명했다"고 설명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은 말꼬투리를 잡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생떼부리기'식 인사청문회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야당은 망신주기식 공세를 그만두고 정책검증을 통한 후보자 자질 평가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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