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만화가의 세상살이…만화로 풀어낸 자전적 이야기 두 편
나카가와 마나부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송아람 '두 여자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젊은 만화가들이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만화와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이 나란히 나왔다.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바다출판사 펴냄)는 일본 만화가 나카가와 마나부(41)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그린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작가 자신인 주인공은 만화가가 되기 위해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온다. 소심한 성격 탓에 1년이 지났는데도 도쿄에서는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고 고향 친구들과도 소원해졌다. 친구가 없어 노래방에도 혼자 가고, 농구도 혼자 하고 동물원도 혼자 구경하러 가던 어느 날, 이러다 고독사하겠다 싶은 주인공은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다. 친구 만드는 법을 소개한 자기계발서도 읽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한다. 어색하지만 집 근처 바에도 가보고 교회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옆방에 사는 만화가 지망생 B씨와 소음 문제 등으로 사소한 신경전을 벌인다. 소심한 주인공은 친구는커녕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어색함을 무릅쓰고 화해에 나선다. 만화를 매개로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던 차에 B씨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주인공은 B씨가 떠나기 전 그에게 묻는다. 우리가 친구냐고. B씨는 뭐라고 답했을까. 소심하고 서툰 서른 다섯살 성인 남성이 친구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상황이 코믹하면서도 찡하다. 김현화 옮김. 160쪽. 1만2천원.
여성 만화가 송아람(36)의 그래픽 노블 '두 여자 이야기'(이숲 펴냄)에도 자전적 요소가 들어있다.
서울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 박홍연이 명절을 맞아 남편을 따라 대구 시댁에 갔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대구의 밤'과 대구가 고향인 홍연의 친구 서공주가 경험한 서울 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의 밤' 등 두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박홍연이 시댁에서 겪는 일들은 대한민국의 며느리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다. 서울 생활에서 좌절하는 서공주의 모습은 꿈과 희망을 찾아 상경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히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여기에 엄마와 딸의 갈등, 이상과는 다른 결혼 후의 현실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내 이야기도, 친구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가족과 사회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불화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적었다. 16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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