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창출 정책에 재계 '당혹'…경총 "매우 힘든 지경"(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과 관련해 재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노사문제를 담당하며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총대를 멨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고 규정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집배원 등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이들은 사실 엄연한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며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들의 요구는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든든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코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근로자가 보다 나은 일자리를 원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웃소싱'을 비판하는 국내 일부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김 부회장은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라면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겨 그들의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효율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노동조합원의 73%가 직원 1천명 이상의 기업에 속할 정도로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이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노동시장 상황으로 인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상승이 초래됐다"며 "일본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월등히 낮음에도 임금은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지금처럼 지속되면 기업규모·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기업은 사업성이 있다면 주위에서 말려도 투자하고 인력을 채용하게 돼 있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치를 점검한다는 구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며 "경제에 정치·사회 논리가 개입되면 결과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인력 채용은 '일회성 준조세'보다 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 한 명을 뽑는다는 것은 연봉 외에 4대 보험 등 각종 비용을 수십 년간 감당해야한다는 의미"라며 "기업이 각자 상황에 맞게 인력채용을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자리 수치를 챙긴다고 해서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가 곧바로 늘어날지도 의문"이라며 "대기업으로서는 다른 형태로 인력을 줄이며 신규채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수치가 집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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