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박경리 동상 세운다…文대통령 방러 맞춰 제막
상트페트르부르크대 교내에 연내 건립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동상이 연내 러시아에 세워질 전망이다.
한국·러시아간 민관 대화채널인 한러대화(KRD)와 토지문화재단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올해 안에 박경리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상은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의 작품으로 2014년 이미 완성됐다. 청동으로 제작한 박경리 인물상과 마천석으로 만든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의 모형, 화강석 지대 등 세 부분으로 돼있다. '토지'의 주무대인 하동, 작가의 고향인 통영에 세워진 동상과 같고 지대 등에 적힌 문구의 언어만 다르다.
동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학과 건물 옆에 세워진다. 박경리의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직접 방문해 부지를 둘러보고 결정했다. 한러대화와 토지문화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맞춰 동상을 건립하고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방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니콜라이 크로파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총장은 "박경리의 작품을 읽고 한국에 대해 깨닫게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 오기 전까지 모든 준비작업을 완료하겠다. 새롭게 당선된 대통령이 제막식에 참석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리 동상 건립은 한·러 문화외교사업의 일환이다. 러시아 작가동맹은 2012년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동상을 서울에 건립해달라고 한러대화에 요청했다. 푸시킨 동상은 2013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세워졌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막식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했다. 러시아측은 푸시킨 동상에 대한 화답으로 박경리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1897년 한국학과를 개설해 120년째 운영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올해부터는 동양학부에 박경리 관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인 작가 박미하일이 번역해 지난해 출간된 '토지' 1부 1권과 이미 번역된 '김약국의 딸들'을 강의교재로 사용한다. 지난 2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와 서울대·연세대 등 두 나라 학자들이 박경리의 생애와 작품생애를 조망한 연구서 '박경리, 넓고 깊은 바다처럼…'이 출간됐다.
김영주 이사장은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작가가 러시아에 동상으로 소개돼 감개가 무량하다. 동상 건립을 계기로 양국간 많은 문화적 교류가 생길 것 같다"며 "러시아 국민이 작가를 사랑하고 문학작품에 경외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경리 선생 역시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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