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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이란-사우디 찬바람만 '쌩쌩'

이분법적 '양자택일' 트럼프 외교에 중동정세 경색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정상 방문의 여진이 상당히 오래 지속할 전망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와 무기 구매라는 실익을 얻었지만, 중동 패권을 두고 다투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엔 긴장 고조와 갈등이라는 후유증을 떠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사형 집행 이후 외교관계 단절로 치달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양국의 관계가 회복되기엔 트럼프 대통령의 '이분법' 외교 행보의 타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이슬람권 55개국 정치 지도자가 모인 자리에서 테러는 '악'이며 이 테러를 지원하는 곳이 바로 이란이라는 단순 도식을 분명하게 각인했다.

이란을 종파적 갈등의 불에 기름을 끼얹는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 역시 이 종파적 갈등을 지렛대 삼에 시아파의 대척점인 수니파 이슬람권에 '선'인 미국과 사우디 편에 서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선과 악'이라는 구도로 이슬람권을 두 쪽으로 갈라 협상 가능한 회색 지대를 없애버린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산유 부국을 대상으로 '무기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려고 이란이라는 가시적인 적을 극대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가 좋진 않지만 최근 일부 화해 조짐이 엿보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조그만 가능성조차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양국은 지난해 이해 충돌로 빚어진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 정기 성지순례(하지)를 재개하기 위해 거의 합의점을 찾은 상황이었고, 쿠웨이트를 매개로 간접적인 접촉면을 넓히던 터였다.

이 정상회의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도 "증오, 극단주의, 테러리즘, 종교·종파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려고 이슬람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ISIS(IS의 옛이름), 알카에다 등뿐 아니라 이란과 헤즈볼라, 후티(예멘 반군) 등 이란과 관련된 조직들이 그 분명한 예"라고 거들었다.

살만 국왕은 "이란 정권은 '호메이니 혁명'(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전세계 테러리즘의 선봉에 섰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사우디를 이슬람국가(IS) 등 수니파 테러조직을 지원한다고 비난하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틀간 정상방문 뒤 사우디와 미국을 전에 없는 수위로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내용이 공개된 이튿날 이란의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기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메흐르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해 "충격적으로 태세 전환했다"면서 그의 말 뒤집기를 지적했다.

이 매체는 대통령이 되기 전인 지난해 2월 방송에 출연해 "누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를 파괴했나. 이라크인인가. 아니다 사우디다. 기록을 잘 뒤져봐라"라고 말했던 점을 끄집어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1일 "트럼프는 사우디와 9·11테러 재발 방지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9·11 테러의 범인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국적의 알카에다 조직원임을 환기한 것이다.

트위터엔 "미국은 사우디에 4천800억 달러라는 단물을 빨아먹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국정조정위원회(The Expediency Council) 전략연구센터장은 "트럼프는 파산 지경인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수금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와 같은 중동의 일부 미국 앞잡이들이 이 지역에서 약화한 테러리스트를 강화하기 위해 연극판을 만들어보겠다는 심산으로 국가의 재산을 잡상인 같은 미국 대통령에게 갖다 바쳤다"고 조롱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한일 관계처럼 단순히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세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다.

양국의 정치·종교적 충돌은 6년간 계속된 시리아 내전, 2년여간의 예멘 내전, IS 격퇴전, 원유 시장 등 국제 현안에 악재가 되는 탓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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