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최대 실수"…여주지역 기대와 걱정 교차
농민·환경단체 "철저한 조사·가뭄 문제 해결" 기대
여주시 "3번이나 감사했는데 또 감사라니" 긴장 모드
(여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청와대가 22일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여주·이천·강천보 등 3개 보가 건설된 경기 여주지역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인위적인 보 설치로 인해 물이 말라버렸다고 주장하는 농민들은 제대로 된 정비를 통해 가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고,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 운동을 해온 여주환경운동연합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규명을 강조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온 여주시는 이미 세 차례 감사에 이어 정부가 추가로 감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여주시에는 여주보·강천보·이포보 등 3개 보가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됐다. 이들 보는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어 다음 달 1일부터 개방되는 6개 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 "4대강 사업은 인간이 저지른 최대 실수"…가뭄에 애타는 농심
여주시 점동면 삼합1리 주경옥(63) 이장은 22일 정부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소식을 전해 듣고는 "농민들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들어 수도 없이 항의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정말 제대로 개선될지는 알 수 없다"며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새벽 5시부터 논에 물을 대려고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녔다는 그는 "4대강 사업으로 강천보가 생기고 나서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청미천 물이 다 고갈돼 농업용수로 쓸 수가 없다"면서 "보 공사를 하면서 보호공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모래가 다 떠내려가서 강이 물을 품고 있을 수가 없으니 당연한 일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8대째 삼합리에서 벼농사와 배나무 재배 등 복합영농에 종사하고 있다는 주 이장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강천보가 생기기 이전에 은빛 모래로 가득했던 마을 인근 청미천이 지금은 자갈만 가득한 메마른 땅으로 바뀌었다.
굽이굽이 물길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청미천 모래사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을 6m가량 파내면서 역침식이 일어나 청미천 상류 쪽으로 모두 떠내려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를 따라 마을 인근 청미천에 가보니 삼합교 다리 아래 6개 교각의 콘크리트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물이 흘러야 할 강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었다.
주 이장은 다리 교각을 가리키며 "기둥을 떠받치는 교각의 기초공사 콘크리트가 강바닥에서 3m 높이인데, 4대강 사업 전에 이곳까지 가득 찼던 모래가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천보 공사를 할 때 모래가 떠내려가는 것을 막는 보호공 공사를 하라고 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삼합교 아래 청미천을 따라 강천보 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V' 자 모양으로 강바닥이 파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20㎝ 깊이의 물이 고여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가뭄에 시달리다 못해 직접 청미천 바닥을 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물이 없어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물이 조금 차오르면 그제서야 인근 논에 잠시 물을 대 해갈을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려 강천보 쪽으로 이동해 보니 청미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부가 나왔다. 바닥을 드러낸 청미천과 달리 남한강은 물이 가득 차 흘러가고 있었다.
이 남한강 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급수시설이 없다. 농민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주 이장처럼 청미천 바닥의 물이 고갈되면서 가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삼합1·2리 농민들은 105가구나 된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를 모두 철거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또다시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라면서 "우리 농민이 원하는 것은 농업용수용 보를 설치해 주던지, 모래가 다시 만들어져 물을 모금을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이장은 "여주시와 국토관리청에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준다고 해놓고 9년째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면서 "새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발성이 아니고 지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환경단체 "철저한 조사"촉구·여주시는 '긴장'
4대강 사업 초기부터 환경파괴 등을 거론하며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온 여주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벌어지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4대강 사업처럼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는 적절하며, 필요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여주환경운동연합의 김민서 사무국장은 "남한강 상류 이포보와 강천보 구역에서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됐다"면서 "이는 "모래사장과 여울이 형성됐던 곳이 4대강 보로 막혀 각종 부유물이 쌓이면서 펄이 생기고 썩어가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실지렁이는 산소가 부족한 곳의 4급수 지표생물이다.
여주환경운동연합은 또 4대강 사업으로 고인 물에 동양하루살이가 많이 생기면서 보 주변 식당뿐 아니라 시내 옷가게 등이 장사를 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이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나 농민들과는 달리 여주시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아직 정부로부터 감사에 대한 어떤 연락을 받은 것은 없지만, 언론 보도에 촉각을 세우며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여주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주요 공사의 인허가와 관련된 일이 없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3번이나 감사를 한 사안을 두고 또다시 감사를 해서 이전 감사결과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감사뿐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준설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주시는 지난 2009∼2010년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낸 3천500만㎥(15t 덤프트럭 233만대분)의 준설토를 19개 적치장에 쌓았다.
당시 여주시는 이 준설토를 팔아 1천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부푼 꿈을 꿨지만, 2016년 말 현재까지 준설토 판매수익금은 70억원으로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여주시는 현재 19개 준설토 적치장 가운데 9개소를 매각하고 10개소에 2만3천㎥의 준설토를 쌓아두고 있다.
적치장 10곳 중 국유지와 하천부지 2곳을 제외한 8곳은 농지를 임대해 이용하고 있는데, 해마다 임대료가 30억원 가량 소요된다. 2010년부터 6년간 농지 적치장 임대료로만 300억원을 썼다.
여주시는 '계륵' 같은 존재인 준설토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4개소를 시작으로 10개 적치장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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