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7개월만에 정상화 위한 행보…총장 직선제 투표 시작
사전투표 이어 24일 1차, 25일 결선 투표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양지웅 기자 = 이화여대가 상처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이끌 새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격적 절차에 들어갔다.
이대는 22일 오전 9시부터 서대문구 캠퍼스와 이대목동병원에서 제16대 총장 후보 선출 사전투표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는 교수 988명, 직원 270명, 학부와 대학원생 2만 2천581명, 동창 1천20명 등 총 2만 4천859명이 유권자로 나선다. 이들의 표는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의 비율로 반영된다.
반영 비율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이대 131년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직선제 총장 후보 투표에 참가하는 구성원들은 기대가 컸다.
이날 서대문구 캠퍼스 기표소와 투표소가 차려진 ECC 극장에는 투표 시작 전부터 10여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람이 있으시길 기대하면서 소중한 한 표 부탁한다"는 선거관리위원장의 인사와 함께 투표가 시작됐고, 투표 후 마치 대선에서처럼 손등에 찍은 도장의 인증샷을 찍는 학생들도 보였다.
영어영문학과 학생 정수현씨는 "입학 후 첫 투표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학생 비율이 많이 반영되지 못해 내 한 표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 일찍 투표장에 왔다. 이번엔 정책부터 이행까지 투명하고, 학생의 의견을 잘 듣는 총장이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불어불문학과 김도훈 교수는 "나라와 학교가 비정상을 극복하고 이화의 정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며 "이대가 가진 교육기관으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고 시류에 영향받지 않는 총장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67년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는 한 동창생은 "학교 밖에서 안 좋은 소식들을 접하면서 이번 투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왔다"며 "졸업 50년이 지났지만, 애교심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소통교육실의 토머스 웹스터 교수는 "학교의 일원으로서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투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대 사태를 뉴스로 지켜보고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차기 총장은 과거의 스타일을 버리고 교육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 반영 비율과 구성원별 인원수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선거권자 1명의 표 가치는 교수 1표, 직원 0.567표, 학생 0.00481표, 동창 0.025표로 환산된다. 이 수치에 대해 학생 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우지수 이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의 요구안대로 시행되는 선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이 참여하게 되고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점이 조금은 고무적"이라며 "선거 이후에도 학생들의 요구는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에는 김혜숙(철학), 강혜련(경영학), 이공주(약학), 김경민(경영학), 김성진(화학·나노과학), 최원자(생명과학), 김은미(국제학), 이향숙(수학·이상 기호순) 교수 등 총 8명이 입후보했으나 김경민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사전투표에 이어 24일 1차 투표가 열린다. 두 투표의 합산 결과 1위 득표자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25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이대는 '정유라 특혜 비리'와 관련해 최경희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19일 불명예 퇴진한 이후 총장 궐위 사태를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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