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옥자' 요란한 칸영화제 신고식…반응 "기대반, 우려반"(종합)
언론시사회 기술적 문제로 8분만에 상영중단 후 재개
(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우여곡절 끝에 베일을 벗었다.
19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 칸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옥자'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칸 경쟁부문에 첫 진출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다.
이 때문인지 이날 2천석 규모의 객석은 이른 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로 가득 찼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상영 한 시간반 전부터 100m가 넘는 줄이 이어졌다.
'옥자'는 그러나 상영 시작 후 8분 만에 스크린이 꺼졌다가 10분 정도 뒤 상영이 재개되는 소동을 겪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옥자' 시사회에서 기술적인 이유로 영화 초반 상영이 몇 분간 중단되었고, 다시 상영을 시작했다"면서 "이 상황은 전적으로 영화제 측의 기술적인 책임으로 인한 것이며,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 프로듀서, 그리고 시사에 참석하신 관객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 관계자는 "스크린 상단 장막이 다 올라가지 않아 영상 상단을 가리고 상영됐다"면서 "마스킹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영상 상단을 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영화 상영 후 넷플릭스 자막에 뜨자 일부 관객들이 야유와 박수를 보내면서, '옥자'가 넷플릭스 제작 영화라 상영을 방해해 중단된 것으로 오해를 받았으나 '기술적 문제'로 결론이 났다.
이날 공개된 '옥자'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 관객들은 "참신하다"는 평을 내놨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소감도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가 나왔지만, 일부 기자들은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봉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존 론슨이 함께 각본을 쓴 '옥자'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 어른들의 탐욕과 세상에 대한 풍자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그동안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에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준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딱히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독창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봉 감독은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일부러 장르를 헷갈리게 한 것은 아니다"면서 "사람들이 '봉준호 장르'라고 불러주는데, 저에게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이 영화를 통해 생명과 동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하마와 돼지를 섞은 듯한 거대동물 옥자를 비롯해 영어와 한국어 대사, 한국 강원도의 산골 풍경과 서울, 뉴욕의 도심, 그리고 한복을 입은 틸다 스윈턴 등 독창적이면서도 국적을 뛰어넘는 비주얼이 이어졌다.
영화의 큰 줄기는 슈퍼돼지 옥자와 10년간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 분)가 뉴욕으로 납치된 옥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턴),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의 탐욕이 드러난다. 여기에 동물단체가 나서 옥자 구출에 나서면서 미자의 여정은 꼬여간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동물을 친구로 여기면서도, 식량으로 사용하는 인간의 두 모습을 보여준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탐욕이 드러나는 뒷부분은 인간에 경종을 울리 듯 암울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 전반적인 톤은 경쾌하고 유쾌한 편이다. 봉 감독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고, 캐릭터들도 다소 과장되거나 엉뚱하게 묘사된다. 객석에서도 상영 내내 드문드문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은 전작 '설국열차'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제이크 질렌할이 동물학자 조니 윌콕스 박스로 나와 그간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옥자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아역 배우 안서현의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프랑스 르 피가로 기자는 "처음에는 이 영화가 코믹북을 바탕으로 한 줄 알았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놀랐다"면서 "이야기가 다소 길게 느껴지긴 하지만, 틸다 스윈턴의 연기가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국에서 온 영화평론가 지아드 쿠오제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일단 독창적이라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수상에 대해서는) 기대반, 우려반"이라며 "슈퍼 돼지 캐릭터인 주인공 옥자의 감정 표현이나 아날로그적 정서 구현 등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생명과 자연, 자본주의의 관계를 두루 설파하는 내러티브의 결이나 봉 감독 특유의 장르 혼성 효과 등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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