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석탄·탈 원전…바뀌는 에너지 패러다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열흘 만에 국내 에너지산업은 큰 변화를 맞았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다음 달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된다. 공정률 10% 미만의 신규 화력발전 건설 작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고리 5, 6호기 원전 건설은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제성에서 환경 쪽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이동한 것이다.
◇ 탈석탄·탈원전 신호탄 쏜 새 정부
20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脫) 석탄·탈원전 그리고 친환경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 봄철 일부 석탄화력 발전기 일시 셧다운 ▲ 가동한 지 30년 지난 노후 발전기 10기 조기 폐쇄 ▲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전면 중단 및 공정률 10% 미만 원점 재검토를 공약했다.
원전 관련 공약으로는 ▲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 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석탄화력 일시 셧다운과 노후 발전기 조기 폐쇄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3호 업무지시'를 통해 현실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18일 고리원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과 만나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시당 관계자는 청와대 등과의 협의를 거친 후 한수원을 찾아 건설중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 의무"라고 답했다.
◇ 전력수급·전기요금 '과제'
업계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같이 내고 있다.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 발전소인 당진에코파워 1·2호기, 강릉안인화력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는 전면 재검토가 유력하다.
원전은 신고리 5·6호기와 아직 착공하지 않은 신한울 3·4호기, 영덕천지 1·2호기의 백지화 가능성이 크다.
이들 발전소는 아직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부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 등에 이미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 상태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 방침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력수급과 전기요금도 고려해야 한다.
새 정부의 대안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전체의 2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또 원전·석탄 발전 비중은 현재 70%에서 2030년 43%로 낮추는 대신 LNG 발전은 19%에서 37%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당 석탄화력 발전단가는 73.8원에 불과하다. LNG(101.2원)와 신재생에너지(156.5원)보다 크게 저렴하다.
공약대로라면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현행보다 25% 오르게 된다.
일단 다음 달 일시 셧다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분은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부담한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결국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우선 거론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LNG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