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보훈처장 피우진 "불합리한 보훈제도 과감히 바꿀 것"
취임 일성으로 '변화와 혁신' 제시…개혁 드라이브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파격 인사로 꼽히는 피우진(61) 신임 국가보훈처장은 18일 취임 일성으로 '변화와 혁신'을 제시하며 과감한 개혁을 예고했다.
피 처장은 이날 세종 청사에서 열린 제29대 국가보훈처장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새로운 사고와 열정으로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보훈제도를 뒤돌아보고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보수 성향의 전임자인 박승춘 전 처장이 역대 최장 기간인 6년 3개월 동안 재임하며 만들어놓은 제도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피 처장은 '기본'의 바탕 위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어제 국민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새 정부의 첫 보훈처장으로서 보훈 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정책을 펼쳐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 독립·호국·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훈제도를 내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모든 보훈 가족의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부족한 의료·복지·안장 시설을 확충하고 보상금과 수당 등 지원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를 위한 헌신을 대한민국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모든 국민이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보훈처 사상 첫 여성 처장인 피 처장은 지난 17일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피 처장은 예비역 중령이라는 점에서도 파격 인사로 간주된다. 그동안 보훈처장은 예비역 장성이나 청와대 경호실장, 고위 공무원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해왔고, 이번 보훈처장 인사를 앞두고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도 모두 4성 장성이나 고위 공무원 출신이었다.
피 처장의 취임식은 직원들 사이에 간간이 웃음이 오가는 등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과거 보수적인 보훈처 문화와는 많이 달랐다는 게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의 설명이다.
피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 시 국민통합 시대를 이뤄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다"며 "이러한 때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해 보답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함으로써 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국가보훈 업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우리 보훈 공직자의 열정과 땀과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특히, 다가오는 2019년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선열들의 위대한 나라 사랑 정신을 계승해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취임식을 마친 피 처장은 보훈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피 처장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다음, 바로 취임식을 했다.
충북 청주 출신의 피 처장은 197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특전사 중대장을 지내고 항공병과로 옮겨 1981년 헬기 조종사가 됐다. 대한민국 여군 1호 헬기 조종사인 김복선 예비역 대위의 뒤를 이은 인물이다.
2002년 유방암에 걸린 피 처장은 유방 절제 수술을 받으며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을 받고 강제 퇴역했다.
피 처장은 국방부를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군내 여성의 지위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소송에서 이겨 군에 복귀한 피 처장은 육군항공학교 교리발전처장을 지내고 전역했다.
지난한 소송으로 유명해진 그는 2008년에는 진보신당 제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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