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무정부상태 곧 끝날듯…야당 대표, 정부구성권 획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2월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이 지연되며 급기야 의회에서 유혈 폭력 사태까지 빚어진 발칸 반도의 국가 마케도니아가 약 6개월 이어져 온 무정부 상태의 종식을 눈앞에 뒀다.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17일 야당 사회민주당(SDSM)의 조란 자에브 대표에게 새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줬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자에브 대표에게서 마케도니아의 통합을 존중하겠다는 보증서를 받음에 따라 그에게 정부구성권을 공식적으로 부여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총선에서 49석의 의석을 획득해 중도우파 성향의 '국내 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51석)에 이어 2위를 차지한 SDSM은 지난 3월 알바니아어를 마케도니아의 제2 공용어로 지정하는 조건으로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으나 이바노프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마케도니아 국정은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VMRO-DPMNE를 이끄는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인 이바노프 대통령은 알바니아어의 제2 공용어 지정은 마케도니아의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SDSM 주도의 연정 구성을 불허했다.
이런 와중에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알바니아어의 공용어 지정에 반대하면서 수도 스코페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고, 급기야 지난달 27일에는 의회에 난입해 조란 자에브 SDSM 대표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을 폭행하고, 경찰과 충돌해 약 1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해 자에브 대표에게 정부구성 권한을 줄 것을 지속해서 압박해 왔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마케도니아가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바노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20일 안으로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획득한 자에브 대표는 "마케도니아의 통합과 주권, 독립, 다인종, 헌법 질서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0만 인구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로 구성된 마케도니아에서는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간 도청했다는 의혹 속에 2015년 2월 사퇴한 이후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을 겪다가 작년 1월 그루에브스키 총리가 사임한 뒤 EU 중재로 조기 총선을 치렀다.
VMRO-DPMNE는 총선에서 51석을 얻어 가까스로 1위를 차지했으나, 그동안 연정 파트너였던 알바니아계 정당들이 이탈하며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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