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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법원 "특정조항 포함 FTA는 회원국 의회 승인도 받아야"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조항 등은 EU 집행위 단독 체결 불가 판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조항 등이 포함된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단독으로 체결할 수 없고 EU 각 회원국 중앙 및 지방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EU가 역외 국가와 FTA를 체결하기 더 어려워졌으며,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후 추진될 양자 간 FTA 협상에도 새 변수가 생겼다고 EU옵서버 등 유럽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EU가 2013년 싱가포르와 체결한 FTA는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 EU 측의 비준권이 독점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16일 판결했다.

집행위는 그동안 EU 조약들에 근거해 역외 국가와의 무역협정은 독점적 관할권이 있다고 여겨 협상 전권을 행사해왔으나 일부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됐다.

ECJ는 판결에서 EU-싱가포르 협정의 2개 조항은 EU의 독점적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나는 외국인 간접 투자 조항이며, 다른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 제도와 관련한 조항이다.

ECJ는 이 협정에 명시된 투자 관련 분쟁 중재 시스템은 사실상 회원국 사법부의 사법관할권을 없애는 것이므로 회원국 동의 없이는 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두 조항은 EU와 회원국들이 권한을 공유해야 하며, 각 회원국 중앙 및 지방의회의 승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EU-싱가포르 FTA는 암초에 걸렸으며, 향후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에도 장애물이 등장했다.

다만 번거롭지만 이 두 조항을 제외하고 FTA를 먼저 신속하게 체결한 뒤 두 사안은 기간이 훨씬 더 걸리더라도 별도 협정의 형식으로 각 회원국 의회 비준을 받는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향후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가 추진할 FTA 협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따라서 ECJ 판결로 영-EU FTA 협상이 우선은 더 지난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더 빨리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측이 원하는 FTA 내용과 체결 시한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한편, 이번 판결로 EU 집행위는 FTA 관련 입지가 넓어진 측면도 있다.

ECJ는 "수송, 공공입찰, 외국인 직접투자 보호, 지적 재산권 및 지속가능 개발, 반덤핑 규정, (외국인 투자자-국가간 분쟁 해결을 제외한) 일반적 분쟁 해결 시스템 등을 포함해 EU 단일 시장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련해선 EU에 독점 관할권이 있다"고 분명히 해줘서다.

앞서 ECJ의 엘리노어 샤프스톤 법률자문관은 지난해 12월 수송, 지적재산권, 노동 및 환경기준 분야의 무역과 공공입찰 관련 권한도 EU와 회원국이 공유한다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ECJ 법률자문관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ECJ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이를 반영한 판결을 해온 것이 관행이어서 집행위가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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