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에 기적같은 존재"…사카린이 때로는 설탕보다 낫다
저렴하고 열량없어 설탕 대체재로 각광…유해성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800년대말 미국에서 처음으로 합성된 인공감미료 사카린(사카린나트륨)은 100여년 간 설탕의 대체재로 사용돼 왔다.
설탕보다 250∼300배 달지만 열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만인들과 당뇨병 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격도 설탕의 40분의 1 수준이어서 식품 업체들이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사카린은 합성조미료라는 인식 때문에 유해 물질이라는 논란에 늘 시달려 왔다.
1970년대 캐나다 동물 실험에서 발암물질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절정에 달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사카린을 유해우려물질 목록에 올리는 등 각국은 사카린 규제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한때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종류가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어 사카린의 유해성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 독성연구프로그램(NTP)은 실험을 거쳐 2000년에는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 목록에서 삭제했다. 미국 EPA도 2010년 사카린을 유해우려물질 목록에서 내렸다.
각국도 사카린을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혔다.
한국도 젓갈, 김치, 시리얼, 뻥튀기, 잼, 소주 등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사카린 용도를 2014년에는 기타 코코아가공품, 초콜릿류, 빵류, 과자, 캔디류, 아이스크림류 등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과실주와 조미건어포류에도 허용해 현재 총 29개 식품 유형에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국제암연구소와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 등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안전성 평가 자료 및 하루 섭취 허용량 등을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16종 인공감미료 성분에 대해 위해평가를 했다"며 "사카린의 경우 인간에게 발암 효과를 낸다는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 등 인체 위해 우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평가에 따르면 사카린은 동물에게 투여했을 경우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으나 이는 당시 실험한 동물의 종특이성으로, 과량 투여했을 때만 나타났다.
인간이 섭취했을 때에 암이 나타난다는 근거는 없었다. 일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할 경우에 우려가 있으나 우리 국민 전체의 사카린 일일 섭취량은 허용량의 3.6%에 불과했고, 고섭취군 또한 12.8%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사카린이 설탕과 큰 차이가 없지만,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단맛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 중 하나인데, 당뇨병 환자들은 이 욕망을 평생 억누르고 살아야 한다"며 "사카린은 인체에 흡수되지 않아 당뇨병 환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단맛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설탕의 단맛과 사카린의 단맛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 각자 선호가 있기 때문에 사카린이 설탕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설탕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도 있는데, 과잉 섭취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성분 자체에 위해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과 사카린이 중독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섭취 열량에서 차이가 있으나 설탕 자체가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함께 섭취하는 음식을 많이 먹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당뇨병 환자는 약간의 열량에도 혈당이 불안하게 움직이므로 사카린을 먹는 것이 좋지만 건강한 사람은 둘 중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는 사카린이 인체에 위해를 끼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사카린을 섭취할 시 비만도가 좀 떨어진다는 연구는 있으나 항암 효과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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