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위협하는 '미만형 위암' 유전자 변이 규명
국립암센터, 위암 검체 유전체 분석…미국소화기학회지 보고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며 전이가 빨라 생명에 위협적인 '미만형 위암'의 유전자 변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국립암센터는 위암센터 소속 김학균 박사(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미만형 위암 환자 224명의 유전체에 대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수행한 결과, 위암의 발병 원인 및 환자의 생존 기간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소화기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Gastroenter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개 위암은 미만형과 장형으로 나뉜다. 이 중 암세포가 깨알같이 작은 크기로 군데군데 퍼지면서 생기는 미만형 위암이 장형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암세포가 흩어져 있어 발견하기는 어려운 반면 진행 속도는 빨라 주위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이다. 장형 위암에 비해 항암 치료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45세 이하 젊은 여성 위암 환자의 90%는 미만형 위암이라고 보고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배우 고(故) 장진영 씨가 투병했던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만형 위암이 왜 젊은 여성에게서 흔한지에 대한 원인이 유전체 분석 수준에서 규명된 바 없다. 유전체는 생명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총합으로, 대개 유전자의 총합을 유전체로 부른다.
이에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미만형 위암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젊은 미만형 위암 환자 중에는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중에서도 CDH1과 TGFBR1 유전자의 변이가 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연령대 환자로 봤을 때 미만형 위암의 원인으로 꼽혔던 RHOA 유전자 변이의 경우는 45세 이하의 젊은 환자에게서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관찰됐다.
특히 CDH1 유전자 변이는 환자의 조기 사망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HOA 유전자 변이는 환자의 생존 기간과 관련이 없었다.
김 박사는 "분석 결과 젊은 미만형 위암 환자의 경우 CDH1 유전자 변이가 발병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CDH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젊은 미만형 위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조기에 사망할 확률이 3배 정도 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유전체 분석 결과가 새로운 위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표적항암제의 경우,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그동안 젊은 위암 환자의 경우 원인을 몰라 진단과 치료가 안 되는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돼왔으나 이번 결과를 통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내시경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형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수주한 과제와 국립암센터 기관 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에는 서울아산병원 및 아주대병원 인체자원은행 등 보건복지부 인체자원은행 소속 병원 등이 공동 참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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