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들어갈 지경"…한강변 도심 '동양하루살이' 몸살
이른 고온현상에 개체수 급증…표족한 방역책 없어 '난감'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불빛이 밝은 휴대전화 판매점은 밤에 문을 못 열 지경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리 등 남한강 주변 일대 도심에 사는 주민들이 밤마다 날아드는 '동양하루살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 탓에 유독 빠른 시기에 많은 수가 나타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16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올해 동양하루살이는 4월말∼5월초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 10~20㎜에 날개를 펴면 50㎜ 정도로 하루살이 종류 중에서는 크기가 큰 편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한강에서 대량 번식한다. 낮에는 주로 강변 풀숲에서 살다가 밤이 되면 불빛에 이끌려 도심으로 날아든다.
파리나 모기처럼 질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문제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주택이든 상가든 가리지 않고 대량으로 날아와 달라붙는다.
길가에 진열된 각종 상품에 달라붙어 혐오감을 주고, 음식점 안으로도 들어와 상인들은 피해를 본다며 울상이다.
덕소역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30)씨는 "벌레 때문에 에어커튼까지 설치했지만, 가게 내부로 (동양하루살이가) 계속 들어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빵집을 경영하는 이웃 상인은 빵에 하루살이가 들어가기도 해 매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반 주민들의 불편도 크다. 한 주민은 "해가 질 무렵 하루살이 무리가 강 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아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며 "올해 유독 개체 수가 많아진 느낌이라 산책을 하려 해도 날아다니는 수많은 하루살이 때문에 외출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양평군과 여주시, 한강을 끼고 있는 시ㆍ군들도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동양하루살이 때문에 비상이다. 그러나 뾰족한 방역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주 서식지인 남한강변은 상수원보호 문제 때문에 살충제를 뿌릴 수 없어 대신 물대포를 쏴서 번식을 방해하는 방식을 쓰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지역 상인들은 대책을 호소한다.
덕소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7ㆍ여)씨는 "해가 지날수록 하루살이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살충제를 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개체 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최근 하루살이가 빈발하는 지역에 포충기 50대를 설치하고 야간에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매년 출현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갑자기 기온이 올라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 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깨끗한 물에서 살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지만, 주민들의 피해가 있는 만큼 방역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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