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부터 운전기사까지…'인간 노무현'을 말한다
주변 인물 39인 인터뷰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화를 내는데 그 밑에 슬픔이 든 게 보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영구 중독돼서 못 빠져나오죠.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기 가슴을 먼저 열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매료당해요."(선거전문가 배갑상)
"돈 없이 정치할 순 없나? 이게 나한테 가장 숙제다. 돈 안 드는 정치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냐. 그러시면서 우시는 거예요."(서갑원 노무현 대선캠프 참모)
"머릿속에서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신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이게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에요."(문재인 대통령)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을 되짚는 다큐멘터리다.
어렵게 수집한 당시 경선 자료 화면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 39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등 정치적 동지부터 변호사 노무현을 정찰했던 이화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요원, 변호사 시절 그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노수현 씨, 부림사건 고문 피해자 고호석 씨, 배우 명계남을 비롯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간 노무현'에 대해 증언한다.
변호사 시절 노무현을 정찰했던 이화춘 씨는 노무현 변호사가 시위대로 끌려간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구해줬던 일화를 비롯해 적대적 관계로 만났지만 깊은 우정을 나눴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변호사 시절 운전기사로 일했던 노수현 씨는 "변호사님이 매일 청원경찰에게 15도 인사를 했다. 갓 결혼한 우리 부부를 뒤에 태우고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해 드라이브시켜주기도 했다"며 아랫사람을 배려했던 인간 노무현의 품성을 증언한다.
대선 후보 시절 인터뷰에 응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어내려가며 "제가 이분의 글 쓰는 스타일은 아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간결하게 쓰지 않는다. 머릿속에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신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이게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이창재 감독은 16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말씀을 건조하게 하신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미디어를 잘 모르신다. 당신에 관해 물어봐도 당신은 자꾸 빠져있고 노무현에 대한 설명만 하셨다"며 "겸손함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당신 자신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영화 말미에 나오는 인터뷰 장면은 녹화를 마친 뒤 주차장까지 가셨다가 돌아와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다시 녹화한 것"이라며 "말씀을 하시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는데 한쪽 구석으로 가서 손수건으로 닦고 오시더라. 최소한 쇼맨십이 있는 분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109분의 러닝 타임 중 인터뷰가 45분가량을 차지하는데 이 감독이 영화를 위해 인터뷰한 인물은 총 72명, 분량은 1만2천여 분에 달했다.
제작진은 이 1만2천여 분의 인터뷰 기록을 잘 다듬어 도서로 출간할 계획이며, 건립 예정인 노무현 기념관에 인터뷰 영상 전체를 사료로 영구 기증할 계획이다.
일명 '노빠'도 아니었고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 전반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창재 감독은 이 영화는 "여전히 애도 혹은 추모를 멈출 수 없는 대통령, 아니 한 인간의 품성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40여 권의 노무현 관련 도서와 수많은 영상을 보고 그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식 인터뷰 촬영 개시와 함께 모든 게 무너졌다"며 "알면 알수록 규정할 수 없는 깊고 넓은 품성의 '노무현'이라는 콘텐츠를 인터뷰를 통해 실감했다"고 말했다.
또 "나에게 정치인 노무현은 잘 안 보였고 인간 노무현만 보였던 것 같다"며 "정치인이기에 앞서서 인간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5월23일) 이틀 뒤인 25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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