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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정책 '신중' 모드…"올바른 여건서 北과 대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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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정책 '신중' 모드…"올바른 여건서 北과 대화"(종합)

남북대화에 '조건' 거론 처음…北미사일 발사·美 '견제구'에 신중 기류

6·15 남북공동행사에 "북핵·국제동향 고려해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신중한 기조를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미사일 고도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섣부른 남북대화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 단장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6일 청와대에서 만나 '북한과는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올바른 여건'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했지만, 일반적인 대북 대화에 대해선 지금까지 특별히 단서를 달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화도 병행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이었다. 이는 북핵문제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둔 미국과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와 관련,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certain circumstances)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오직(only) 올바른 조건하(under right condition)에서만 가능하다" 말해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가능하다"는 한국측 발표와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미가 대북정책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대북정책에서 신중한 것은 지난 14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가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현지시간)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내외 대북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5정상선언 17주년을 계기로 한 남북 공동행사에 대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6·15정상선언을 계기로 민간 주도로 남북을 오가며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남북 민간 차원의 6·15정상선언 기념행사가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 대표단이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15 17주년 남북 공동행사가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현재로썬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6·15행사와 관련, "실무부서에선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구체 방향은 새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과 북핵문제, 국제사회 동향 등을 고려해서 정부 내에서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한다는 방침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공동행사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전날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우리 정부에 남북합의 이행을 촉구한 데 대해서도 "합의 이행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6·15공동선언이나 10·4정상선언 등 남북 간 합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당국자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10·4 정상선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부에서 북측이 '남북합의 이행'을 촉구한 만큼 남북이 이를 고리로 당국 간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 보도를 보면 북한이 핵문제는 미국과 논의하고 남측과는 경제협력을 통해 이득만 취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이 전날 정세해설에서 핵문제와 관련, "미국의 식민지 하수인으로서 아무런 권한도 자격도 없는 괴뢰(남측)들 따위가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에 간참(참견)해 보려는 것이야말로 제 처지도 모르는 주제넘은 짓"이라고 주장한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남북 간 협의에도 비핵화가 다뤄진 적이 있었다"면서 "북한이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현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이런 기류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진용의 인선이 지연되면서 통일부와 청와대 간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면서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구도가 바람직한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실효적인 남북대화가 언제쯤 가능할지 현재로썬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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