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몸살' 伊로마 책임공방…전 총리-현 시장 서로 "네 탓"
매립지 부족·관계 기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위기 심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천7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유산을 간직한 도시답지 않게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가 쓰레기 논쟁으로 시끄럽다.
최근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당 대표로 재선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와 민주당의 아성을 위협하는 포퓰리즘 성향의 신생 정당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이 현재의 쓰레기 위기가 상대방 탓이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14일 로마 시내 광장과 공원 곳곳에서는 민주당의 상징인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채 쓰레기를 주워담는 자원봉사자 약 1천명의 바쁜 움직임이 목격됐다.
이들은 로마의 쓰레기 위기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자고 촉구한 렌치 전 총리의 요청에 응해 빗자루를 들었다.
렌치 총리는 지난 10일 "로마는 쓰레기로 점령됐으며, 로마 시는 쓰레기 문제를 풀 능력이 없다"며 "민주당은 오는 일요일에 로마 시의 쓰레기 수거 작업에 직접 참여한 뒤 로마 시 당국이 자칭 그들의 전문가들을 동원하고도 풀지 못하는 쓰레기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라지 시장이 로마 시를 장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라시 시장의 무능력을 비판했다.
로마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여성 시장인 라지 시장은 쓰레기 문제, 비효율적인 대중 교통 등 로마 시가 처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작년 6월 지방 선거에서 당선됐다.
라지 시장은 렌치 총리의 이런 비난에 발끈하며 "로마가 처한 쓰레기 위기는 과거 민주당 소속 시장의 실정으로 비롯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라지 시장은 또 로마 시가 속한 라치오 주가 로마 시가 수거한 쓰레기 매립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재의 위기를 부채질했다며 화살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통치하고 있는 라치오 주에 돌렸다.
로마 시의 쓰레기 문제는 쓰레기 매립지 부족과 로마 시 산하 쓰레기폐기물관리공사(AMA)의 인원과 장비 부족 등의 요인이 뒤얽혀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아 왔으나, 라지 시장이 취임한 이후 AMA와 관련된 인사 난맥상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훨씬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최근 거리에 쌓인 채 수거되지 않는 쓰레기 탓에 갈매기 등 새떼가 창궐하고, 출몰하는 쥐와 바퀴벌레 때문에 이들을 매개로 한 질병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빗자루를 든 자원봉사자들 틈에 섞여 광장으로 나온 렌치 전 총리는 라지 총리와의 설전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SNS에 "오늘 민주당은 로마 시를 돕기 위해 광장으로 내려왔다. 논란은 없다. 자원 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우리의 오늘 행동은 항의하기 위한 게 아니라, 로마에서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라지 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몇 년 간 자발적으로, 혹은 특정 단체의 일원으로 로마 시의 청소에 참여온 사람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그런데, 지난 몇 시간 동안 지난 20년 간 로마를 형편없이 운영한 데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 역시 청소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필시 '똥을 싼 사람이 치운다'는 잘 알려진 원칙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동이 단지 선거용 쇼가 아니길 바란다"고 조롱했다.
한편, 이탈리아 영문 매체인 더 이탈리안 인사이더는 AMA의 직원들이 쓰레기 논쟁이 본격화한 지난 주부터 교대 근무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에 박차를 가한 덕분에 로마 시의 쓰레기 위기가 점차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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