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보험 지원예산 바닥…가입 급증에 지자체 '당황'(종합)
"농기계사고, 자동차보다 위험" 가입 꺼리던 농민들 인식 변화
지자체 추가 재원 확보 1∼2달 소요…'정리추경' 등 개선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자동차보험처럼 농기계보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농민들의 가입이 급증하면서 이 보험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자체들은 서둘러 추경 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지만 한, 두 달의 예산 지원 공백기가 불가피해 보험을 새로 들거나 갱신하려는 농민들의 불만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애초 수요 파악이 어려운 만큼 최종 정리 추경을 통해 지원예산을 일괄 처리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와 도내 11개 시·군은 농기계종합보험에 가입한 농민을 대상으로 부담액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올해는 전년도 사업비를 기준 삼아 총 11억2천500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이 정도면 3천건의 보험 가입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가입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원 건수가 벌써 2천800건을 넘어섰다. 제천시와 보은군, 옥천군, 증평군, 괴산군, 단양군은 이미 관련 예산이 바닥났다.
청주시 등 나머지 5개 지자체도 이달 중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충북도는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연중 농기계 사고가 가장 많은 5∼6월을 앞두고 지원예산이 바닥나는 셈이다.
지원액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농기계보험 가입 지원사업을 도입한 타 시·도 지자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이미 농기계보험금 지원을 위해 올해 편성한 본예산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농기계보험 가입률이 급증한 것은 농민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새 발생한 농기계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률(11.6%)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률(1.8%)보다 7배나 높다.
그런데도 등록된 농기계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5%에도 못 미쳤다.
의무가입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농기계보험은 선택 사항이다 보니 농민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지출로 여겨진 탓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속적인 홍보와 일선 농협을 통한 일괄 가입 신청이 가능해지자 농민들도 농기계보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이런 변화를 미리 감지하지 못하고 예산이 조기 바닥나면서 농민들이 제때 보험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공백기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농기계보험 지원금이 바닥난 지자체들은 추경에 예산편성 계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소진 시점부터 추경 확보 때까지 최소 1∼2개월 동안은 보험금 지원 신청을 받을 수 없다.
정확한 수요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확보한 예산 역시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면 수시로 추경 작업을 해야 하고, 공백기가 생기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별다른 추이 분석 없이 전년도 수준으로 책정하는 농기계보험 지원 예산편성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에서 공통으로 시행하는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사업'처럼 정리 추경을 통해 그해 농기계보험 지원에 쓰인 예산을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매년 10월 말 기준으로 농기계보험 지원예산을 정리추경에 반영해 일괄처리하는 것이다. 굳이 수요 파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시로 추경 작업을 할 필요도 없다.
현재 농기계종합보험 지원사업을 펴는 지자체 중 정리 추경 방식을 택한 곳은 강원도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농기계보험 가입률이 유난히 급증하면서 예산 추가 확보가 불가피해졌다"며 "공백기에는 '선가입 후보조금 환급' 방식으로 농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사업 수요를 좀 더 면밀히 살펴 본예산을 증액하고 정리추경을 통한 일괄처리 방식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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