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서두르지말라는 트럼프…한미 대북조율 진통 가능성
文 '북핵해결-남북대화' 병행에 무게…트럼프 '선 비핵화 결단-후 대화' 기조
이르면 내달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 조율 첫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견제구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certain circumstances)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한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선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남북대화 추진 역시 미국과 긴밀한 조율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남북대화는 제재 기조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한미가 대북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현 단계 트럼프 정부의 고강도 대북 압박정책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가 파열음을 냈던 2000년대 초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둔 반면,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에 대북정책에 있어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요소는 북한과의 대화를 언제 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화도 병행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남북대화와 북핵 6자회담이 유기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이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북핵 해법이 상당히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남북대화' 병행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상대적으로 '선(先) 비핵화 결단 및 진전-후(後) 북한과의 대화' 기조여서 마찰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한미 간에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동의한다"고 말한 데서 보듯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10일 취임식)는 발언이나, "상황이 적절하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1일 인터뷰)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대동소이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달 미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조율의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는 질문에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더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도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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